편견이 생기는 이유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판박이인 <주토피아>

by 다흰

얼마 전, <낢이 사는 이야기>를 정주행을 하다 '편견'과 관련된 편을 보았다.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한 마디로 나를 표현할 수는 없네요. 다양한 면이 있으니,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구요."라고 대답하지만, 타인을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쉽게 판단하고 단정짓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밤을 지새울 정도로 깊게 고민하면서도, 친구들이나 애인에 대해 생각할 때는 '얘는 이러니까 이렇게 행동할꺼야'라고 쉽게 단정지어 버린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프레임에 갖혀 사람들을 판단하곤 한다.


ⓒ Daum 영화

<주토피아>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이들의 우려를 깨고 경찰관이 된 토끼와 한 때 사기꾼이었지만 개과천선을 한 여우가, 48시간 동안 힘을 합쳐 도시 전체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납치법을 잡는 내용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한 일을 겪은 뒤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니 편견 속에 갖힌 우리들의 모습이 보였다.


약 반 년정도 머물렀던 해외 생활동안 함께 파견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언니 하나는 유독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본래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호감을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라, 우리는 만나면 항상 데면데면해지곤 했다. 그 언니를 포함한 몇 명의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따로 만나 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언니 역시도 내가 언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고민이 있어. 00이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도대체 왜 그럴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했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대답은 함께 파견되었고 서로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오빠의 대답이었다. "00이가 사람을 좀 가리잖아."


이 말을 처음 들었던 당시에는 그리 충격이 크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가리는 편이 맞고 <월 플라워>편에도 썼듯, 나는 내향적이라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 대해 그렇게 단정지어 말했다는 것이, 단 한 번도 그 오빠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 꺼낸 적이 없는데, 어쩌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말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이후로 며칠 밤을 새워 고민했다. 어떤 이유로 나는 이렇게 되었고 어떻게 그 사람 눈에 나는 그렇게 보였을까.


ⓒ Daum 영화

주토피아는 ZOO와 UTOPIA의 합성어이다. 즉, 동물들이 살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가 바로 주토피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토피아에는 각 동물들의 습성에 맞게 환경이 조성되어있다. 툰드라, 열대우림, 사하라 사막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동물들이 살기에 완벽하도록 환경이 구성되어 있다. 또한 도시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들의 크기와 길이에 맞게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차에는 큰 동물이 탈 수 있도록 높은 문과 쥐 같은 작은 동물들이 탈 수 있는 작은 문이 동시에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주토피아는 영화 속에서 완벽한 도시로 그려진다.


하지만 문제는 납치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사실 이 사건의 진범은 순한 양이었으며 육식동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모든 일을 꾸몄음이 발각된다. 이처럼 사실 주토피아는 겉으로 봤을 땐 이상적이었지만 속내는 여전히 편견이 만연한, 우리 사회와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여우를 믿지 못할 교활한 짐승으로 본다면,
굳이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내가 생각하는 <주토피아>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닉이 자신의 과거를 설명할 때이다.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해 사회에 봉사하고 싶었던 어린 닉은 자신이 여우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는 닉의 질문에 그저 닉은 재갈을 물리고 건물 밖으로 쫓겨난다. '여우는 교활한 짐승'이라는 프레임은 영화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디가 주토피아로 떠나는 기차를 타기 전, 주디의 부모는 "여우들은 천성이 교활해"라고 하며 주디에게 여우를 퇴치할 수 있는 스프레이를 준다. 심지어 그런 주디도 납치 사건을 푼 뒤의 기자회견 장에서 "육식동물만이 맹수로 변한다"며 그 이유로 "생물학적 요소"를 들었다.


이처럼 닉에게 씌어준 편견은 바로 '종' 그 자체이다. 사회가 그에게 씌워버린 편견으로 인해 그는 큰 상처를 받았고 그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았다. 자신이 벗어나려 애써봤자 사회가 바뀌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이 '종'이라는 프레임은 인간 사회에 비유하자면 '인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백인들은 모두 멋있어'라던가 '흑인들은 다 힘이 쎄', '동양인은 눈이 작아' 등 우리가 쉽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인종차별의 프레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 Daum 영화

반면에 자신에게 씌워진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한 캐릭터도 있다. 바로 주디이다. "토끼는 경찰을 할 수 없어"라는 말을 평생동안 들었던 주디는 열심히 노력해 결국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지만 문제는 주토피아의 경찰서에서 일을 시작한 날이었다. 온통 크고 남성적인 동물들 사이에서 작고 왜소한 주디는 경찰 업무가 아닌, 주차 위반 딱지를 떼는 '그녀가 상상 하지도 못한' 업무를 부여 받는다. 그녀 역시 편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사회는 여전히 주디를 나약한 토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주토피아>에는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한 나무늘보 플래시, 작지만 어마어마한 포스의 미스터 빅, 한 없이 약해보이기만 했던 벨웨더가 사회 속 편견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렇게 주토피아는 그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도시가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


며칠 전, 한 수업에서 '편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왜 편견이 생기는지에 대한 탐구였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교수님은 사람을 '쉽게'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전후 사정을 파악해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내가 아는데, 얘는 이래서 그랬을거야"라고 치부해 버린다.


ⓒ Daum 영화

나는 여기에 하나 덧 붙이고 싶다. 편견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상대방을 더 알기 위해 노력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했듯, 나는 최근 어떤 이가 나에 대해 가진 편견을 들었고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을 가린다" 아마 친하고 좋아하는 이에게만 살갑게 굴고 그러지 않은 사람에게는 딱딱하게 구는 나의 모습을 본 그 오빠가 가지게 된 나에 대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오빠는 그렇게 판단해버리고 내가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동네와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잘 적응을 하지 못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급 학교로 진학할 때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들이라 새로이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옆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전체 200명이 넘는 학생들 중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5명 내외였다. 처음에는 별 걱정을 안했던 것이, 나는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편이었다. 그 어떤 새로운 곳에 가던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친하게 지내자고 으쌰으쌰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을 기점으로 나는 많이 바뀌었다.


여자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 것인지,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반 친구들 사이에서는 항상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돌았다. 때문에 파벌이 형성되었고 그 파벌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도 있었다. 멀리 떨어져 반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를 담임 선생님께 상담했는데, 그녀의 반응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 어떤 후속 조치도 안했을 뿐더러,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나의 생활기록부에 써 놓았다. 어떻게 선생이라는 사람이 어린 학생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 당시 나는 내 주변의 무거운 분위기와 이를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 두려웠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사람들을 잘 믿지 않게 되었고 오로지 나의 편만 끔찍이 챙기는 사람이 되었다.


ⓒ Daum 영화

우리 사회에 편견은 만연해 있다. 그것이 나처럼 아주 사소한 편견이든, 주디처럼 성차별이든, 닉처럼 인종차별이든 그 방식과 모습은 다양하다. 사실 우리가 겪는 모든 갈등은 우리가 가진 편견으로부터 나온다. 이슬람 국가의 사람들이 테러를 일으켰기 때문에 모든 이슬람 사람들을 배척해야 한다는 논리처럼, 우리가 겪고 인지한 경험에 비추어 타인을 판단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 씌워진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쓴다. "너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너에게 비춰진 나의 모습일 뿐이야"라고 외치면서.


Anyone can be anything


주디가 말하는 <주토피아>의 모토이다. 주토피아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자, 모든 구성원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으려면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편견을 좇지 않고 오로지 나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성취가 있는 곳. 어쩌면 우리는 남들이 가진 편견을 없애고 바로 고치기 위해 일생동안 투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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