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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맛젤리 Dec 12. 2022

4. 뜬금없는, 결혼에 대한 확신

그저, 가족의 대화가 사랑스러웠다.




오빠의 기다림은 2개월이 아닌,

2년이라는 시간으로 변하고 말았다.

변치 않고 기다려주는 남자 친구를 볼 때면, 미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결혼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난 결혼이 급하지 않은데..?

꼭 이 순간 해야 할까?'

'이 사람이 나랑 잘 맞는 걸까?'

'오빠는 좋은데,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주변에 결혼을 하고 평온하고 안정감을 갖는 친구가 유독 많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얻고자 하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이 결혼하면,

 더뎌질 것만 같은 기분은 무시할 수 없었다


'우선, 내가 마음의 안정을 얻어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혼에 대해 하루에 열댓 번은 생각했다

똑같은 것을 맨날 생각하니, 소용없는 짓이었다.


'누가 차라리 이 순간,

이 사람과 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중엔 책임감 없는 이러한 생각조차 들었다.



나는 그 무엇보다 확신을 갖고 싶었다.

결혼에 대한 확신, 상대방/타이밍 등 모든 것들...

이 사람이 내가 평생 함께할 사람인지의 확신.

하지만, 그 확신은 오빠와 내가 잘 맞는다고 해서

얻어지진 않았다.



신기한 것은,

남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회피해오던 자리였건만,

이번엔 무작정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든 아니든, 만나보면 길이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남자 친구의 부모님, 나 그리고 남자 친구는

간단한 저녁자리에서 와인잔을 짠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별거 없었다.

그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을 뿐.


근데 이상하리만큼,

이 저녁식사 자리는

다른 가족의 일상을 므흣하게 관람한 느낌이랄까?

그 가족의 대화가 소소한데, 사랑스러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원한 바람이 손끝을 솔솔 스치는 밤이었다.

뭔지 모르지만 편안한 기분이 감돌았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풀지 못한, 결혼에 대한 확신을 내린 순간이었다.



"오빠 우리 결혼할까?"

"드디어 준비됐어?"

"응, 9월에 결혼하자"




그렇게 나는,

그저 사랑스러웠던 그 가족의 대화에서

함께 가족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느끼며,

2년 만에 그와의 결혼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2년동안 나 자신에게, 재고 따지며 물었던 쓸모없는 과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던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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