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승무원, 꿈 만 이루면 돼

꿈만이루면 다 끝날 줄 알았던 그 시작

by 라즈베리맛젤리


23살,


영화 ‘라따뚜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 생쥐는 꿈도 있네. 어떻게 찾았데..’

꿈이 있는 사람이 부럽다는 그 생생한 안타까움은 아직도 기억한다.


‘나만 이런 걸까?’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꿈이라는 걸 만들어보고자 했을 때, 엄마의 한마디가 뇌리 꽂혔다.

“너 예전에 승무원 하고 싶다며”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엄마에게 메이크업학원을 끊어달라고 조르고 있던 순간.

나는 승무원이라는 꿈을 왜 잊어버리고 살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왜 몰랐지?’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승무원이 나의 최애 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승무원이라는 꿈은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컴퓨터 앞으로 갔다.‘승무원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거지?’



몇 주가 지나고 나서였다. 집에서 한참이나 먼,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학원에서 나의 꿈에 대한 상담이 시작되었다. 학원 비는 대략 130만 원.

2달 만에 승무원의 꿈을 이룬 학생의 영웅담을 듣자니 내 꿈도 두 달 만에 이루어질 것 같았다.




2 달 후,

똑같은 수업과 피드백의 반복이 계속되었다.

학원만 다니면 다 완성될 줄 알았던 내 꿈은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았다.

다행히 그곳에서 마음 맞는 1명의 언니와 동생이 생겼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꿈으로 가득 찬 미래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끔은 함께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그 아쉬움은 괘씸하게도 안정감을 주었다.

계속 떨어지면서도 다른 학원에서 하는 채용 설명회와 과외는 기어코 참여했다.


한 채용 설명회에서는 계속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내 귀가 짝짝이라는 신기한 피드백도 받았다. 그 날 처음 내 귀가 짝짝이라는 걸 알았고, 피드백도 걸러들어야 함을 깨달은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빽빽이 서있는 빌딩들에 새겨진 회사 이름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건물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들어갈 곳이 없네.'



그 후, 9개월이 흘렀다.

채용이 뜸해질 무렵, 스터디 모임 또한 지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갈 무렵,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학교도 졸업했고, 친구들은 내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모두가 뿔뿔히 흩어지고, 나만 혼자 남은것 같았다. 불안한 밤마다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앉아서는,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 몇 번이나 드나들었다.

그러다 무심코 내 다이어리에 내가 몇 번이나 떨어졌는지 그어놓은 작대기들을 세기 시작했다.

합격한 후에는 이 모든 실패의 작대기가 훈장이 될 거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이 날은 정말로 내가 작대기만 긋다가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어느새12개월째.

작대기가 가득한 다이어리를 얼마나 많이 만지작거렸을까.

중동 항공사가 몇 년 만에 한국인 채용을 열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채용소식을 봤지만 가슴이 뛰던 예전과는 달리 걱정부터 앞섰다.

‘다른 학원의 채용인데 가능성이 있을까?’


그 당시에는 학원 채용이 열리면 그 학원의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많은 이들이 말했다.

그리고 나의 스터디 멤버들 또한 말했다. 이번 채용은 그냥 쉬고 싶다고.

그래서였을까? 나는 기대 없이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기다렸다.



다행히 면접날짜가 잡혔다. 새벽 4시에 눈을 떠 첫차를 타고 서울로 나갔다.

학원 주변엔 승무원 면접 복장을 한 뽀시래기들로 가득했고 지나가는 그 누구도 빛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도망치듯 화장실로 가서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단단하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를 한번 만지막 거리고는, 입술을 보란 듯이 더욱더 빨간색으로 발랐다.

'너가 제일 잘났다고! 기죽으면 안돼!'

괜한 기싸움에 지고싶지 않아 자기최면을 거는 중이였다.



내 인생의 1막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내가 승무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운명은 참으로 오묘하고 아찔하다.

'내가 만약 이 면접을 가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질문은 나를 아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승무원이 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내 꿈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꿈은 몇 년 뒤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