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다

중동 승무원이 된 첫 설레임

by 라즈베리맛젤리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첫 설레임


합격 후, 무려 4개월을 기다렸다

기다리느라고 목이 빠졌을 거라고? 아니, 나는 이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

취업은 했지만 일은 하지 않았고. 자랑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니 얼마나 자존감이 폭발했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해맑았다. 그리고 영어공부는 게을러졌다. 가서 부딪히면서 늘면 될일. 뭐하러 이 소중한 하루하루를 공부하는데 쓰겠는가. 지금 놀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렇게 호기롭게 생각했던 나의 중동 생활이 시작된 건 그해 12월.

아직도 그 첫 설렘들은 잔잔한 향수처럼 내 기억에 남아있다.

처음 나의 동기들을 보던 순간, 처음 시니어크류들을 비행기에서 보던 순간 그리고 중동이라는 나라를 밟아본 첫 순간. 다행히도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한 그런 추위가 중동의 첫 이미지였다.



말로만 듣던 그 머나먼 중동으로 내가 취업을 했다는게 실감나는 순간은, 다양한 인종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취업한 이곳은 그 당시엔 같은 국적끼리는 방을 주지 않았다.



'다른 국적을 가진 내 룸메이트는 누굴까?'

몇몇 동기들은 벌써 룸메이트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내 룸메이트의 방은 텅 비어있다.

남들은 다 있는 룸메이트가 나에게는 없다는 게 조금은 허전했다.

그 후로 2주 정도 지났을까?

내 룸메이트가 들어올 것이라는 이메일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미리 준비해 갔던 작은 기념품과 마스크팩을 나름 이쁘게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첫 이집션 룸메이트를 만났다. 뽀글뽀글한 머리가 꽤나 매력적이고 팔다리가 길쭉길쭉하여 다들 내 룸메이트가 이쁘다는 칭찬을 나에게 했다.

성격 또한 꽤나 마음에 쏙 드는 룸메이트였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 이집트사람을 내 룸메이트로 만나게 되었다.



2주 전에 시작한 트레이닝은 배울 것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만 갔다.

비행기에 대한 모든 것을 영어로 배운다는 것은 꽤 벅찼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때가 제일 재미있었다.

'내가 모르는 승무원의 공간과 일들이 이리 많을 줄이야.'


그리고 이 많은 숙제들은 밤마다 동기들과 밤샘을 하며 동기애가 끈끈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 함께 조이닝 한 많은 동기들 중 몇몇은 현재 내 곁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내가 중동의 삶이 재미있었을가?라는 질문에 답은 정해져있다.

절대 이겨낼 수 없었을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너무 보고 싶다.




5주간의 트레이닝의 끝에는, 혼자서 비행을 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곧 나의 삶이 될 비행이었다.

나 혼자 비행을 해내야 하다니, 나는 동기들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서로가 너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한다며 우는소리를 했지만.

비행은 오롯이 나 혼자 이겨내야 하는 또 하나의 트레이닝이었다.




개인마다 2번의 관찰 비행이 주어졌다. 그중에서도 2번째 관찰 비행에서 나는 무너졌다.

2번째 관찰 비행은 맨체스터. 악명 높은 비행 중에 한 곳 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떻게 5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어느새 맨체스터 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한 호텔의 침대에 나부라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침대 옆 훤히 트여있는 거대한 창문으로 비행기들이 이륙하는 것이 보였다.

하염없이 바라보며 생각했다..

‘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



사실 비행기에서는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절대 알지 못했다.

우리 회사의 업무량이 얼마나 많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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