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년이 되는 날, 승무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부적응, 향수병

by 라즈베리맛젤리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부적응, 향수병



... 7개월 차

이때의 나는 이곳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승무원이 되었는데 왜 그랬을까?



우선 이곳은 꽤나 보수적이다.

또한 이 나라의 인프라는 굉장히 적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살던 그 1년 차에는 그랬다.

이곳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택시였다. 그리고 그 택시들은 거의 대부분이 미터기를 켜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이분들은 돈을 측정했을까?

그냥 부르는 게 값이다. 물론 좋은 택시 기사 분들도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정말로 많이 싸웠다.



그분들의 논리는 이러하였다.

너네는 이 나라에서 돈을 많이 버는 축에 속하니 돈을 많이 내라.

이 택시에 너네는 4명이 탔으니 그만큼의 돈을 내라.

이 값이 아니면 이 택시에서 내려라..등등




이렇게 그들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길에서 택시 잡는 게 꽤나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택시는 많지만 적절한 가격에 데려다주는 택시를 잡는 것은 드물었다.



아 참, 우리는 3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에 신축 건물로 이사를 갔다.

이곳은 그 당시에 크류들이 파라다이스라고 불렀다.

그렇게 좋은 집에서 지냈지만, 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비행을 시작하면서 동기들을 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간히 놀러 나가는 날에도 우리는 역시나 또 택시기사와 싸우거나

다른 사람들의 기분 나쁜 눈길을 참아내야만 했다.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며 그 순간을 즐겼지만,

이상하게도 방에 돌아오면 혼자인 느낌이 더욱더 커 저버리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흘러가던 시간 중에 어느 날은 짜파게티를 끓여서 내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내 방에 놓여있는 동그란 간이 테이블에서 짜파게티를 먹으려고 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서러웠다.



그리고는 내 방 안을 둘러보았을 때, 너무나도 텅 빈 느낌이 들었다.

하필 내방은 불필요하게 크고 넓었다.

갑자기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하얀 벽을 보면서 그냥 한껏 울어버렸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때 나는 향수병이었던 것 같다.

처음 경험해본 이슬람 문화 그리고 이 향수병은

내가 이 곳에 익숙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현실의 나는 짜파게티가 불어버리기 전에 먹기 시작했다. 소중한 식량이기에..




이러한 나의 새로운 삶에 대한 부적응은, 내가 새로운 곳에 익숙해지는 것을 더디게 만들 뿐이었다.

이때 나의 소심한 반항심 때문이었을까?

7개월 차였던 나는 회사로부터 'Warning Letter'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이때 이 경고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1년이 되는 날 그만둘 것이라고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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