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말로 인연이란 게 따로 있는 걸까?

중동 승무원을 하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

by 라즈베리맛젤리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룸메이트



... 1년이 될 무렵,

회사의 성장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만큼, 내 아래의 주니어들도 많아졌다.

나름 꽤 적응한 걸까?

절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승객들의 불만과 요구들을 풀어나가는 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나름의 속도가 손에 붙었고,

이코노미 클래스의 일들이 나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손에 붙은 이 속도와 친숙함 들은 내가 하는 일을 꽤나 재밌고 으스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무렵 나는 내 방의 위치에 대한 불만이 슬그머니 쌓이고 있었다.

그 이유인 즉 슨, 내 방은 바로 1층이었는데 그 앞에는 거대 쇼핑몰이 지어지고 있었다.

내 입장에선 정말로 거대했다.


특히나 그곳의 소음은 나랑 통화 중이던 엄마가 크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거대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귀 옆에서 하루 종일 공사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악몽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끊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던 나에게 내 룸메이트가 뜬금없이 물었다.

“내 친구랑 방 바꿔주면 안 될까?”


"...?엥"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이런 걸까?

이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대답했다.

“나도 방 옮기려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친구보고 내가 나가면, 이사오라고 하면 될 것 같아”

쿨한 척 대답했지만,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어차피 우리 회사는 크류들끼리 방을 바꾸는 게 불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차피 바꿀 순 없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룸메이트의 제안에 너무 서운했다.

'나랑 사는 게 불편했나?'라는 생각이 끝없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색 없이 나는 다른 방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맘에 쏙 드는 방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정말로 '인연' 이란 게 따로 있는 걸까?

우리 집 복도 끝쪽에 살고 있던 한국인 동기중 한 명이 지나가길래 인사를 했다.

그 당시에는 안부인사나 혹은 다 같이 만날 때 가끔 보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말했다.

“나 지금 너무 어이없어. 내 룸메이트가 나한테 인사 한마디도 없이, 내가 비행간 사이에 이사를 갔어..!!”

정말로 헐..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말없이 이사를 가다니. 그것도 둘만 사는 집에서..


둘이 한참을 어이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 친구는 조금은 멘붕과 울컥함이 함께 섞여있는 말투였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복도에 서서 알 수 없는 울분을 토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의 끝에는 ‘우리 같이 살아볼까?’라는 갑작스러운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친구가 내가 중동 승무원을 하면서 만난 소중한 보물 중에 한 명이다.



이 친구와 살게 되면서, 중동 승무원의 삶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인연이 잘 맞는다면 이런 인연 일가?

항상 이 친구와는 이야기했다. 너 같은 성격을 가진 남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우리는 6개월마다 휴가를 신청했는데, 그때마다 한 번은 맞춰서 같이 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프만 맞으면 어디를 놀러 가볼까 하는 설렘과 함께

집 앞에 카페를 가는 것조차 너무나도 신이 났다.

정말로 쿵짝이 잘 맞는 룸메였다.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서였을까?

나름 중동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부분들이 조율되었다.

그리고 조금씩은 이들의 문화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이사한 방은 그전에 비해서 한참이나 작았다.

그래서 였을까,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그만두기로 한 1년을 넘어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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