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사소한 끌림과 위로를 놓치지 않길..
네이티브 인디언의 달력에 12월은,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이라고 했는데 그와는 정 반대의 12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주로 침묵하고 새로운 것을 소유하지 않는 생활을 이어왔는데 올해의 끝인 12월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말이 넘치고, 음식도 풍성하고, 포근한 선물도 받았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와인과 남을 위해 선물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 일을 아주 좋아하는 젊은 동거인 덕분에 한껏 들뜨고 상기된 시간이 왈츠의 스텝처럼 돌아다니는 12월이었지만 사실, 저는 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하면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므로 12월은, '술상 차리는 달'이라는 농담 한마디에 고마움과 지침을 적절하게 버무립니다.
올해의 마지막 술상, 낮술입니다. ^^ 저는 선물 받은 예쁜 머그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잔 가득 만들고, 컵케익 하나만 들고 슬쩍 빠져나와 제 방으로 왔습니다. 웃음속으로 묻히는 즐거운 소음을 듣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열흘 정도의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힘닿는 데까지 와인을 마시며 흥청망청 써버리겠다던 젊은 동거인은 나름 흡족한 모양입니다. 새해가 기다려지는 걸 보니 오랜만에 잘 논 것 같다네요. 저는 은밀하게 네이티브 달력의 1월,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을 떠올립니다.
새해에는 의미 없는 것에 함부로 마음 주지 않고, 내게 허락된 시간이 품고 있을 사소한 끌림과 위로를 놓치지 않으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12월 30일 오후지만 한국은 이제 올해의 마지막 날이겠네요. 제 글에 마음을 나눠주고, 때론 다정한 말을 건네주신 분들께 다시 인사드려요.
Happy New Year,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