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샘 Jan 29. 2019

아이 없는 부부의 현실적인 노후대책

부부 둘이서 늙어갈 삶을 맞이하기 위한 노력

우리부부가 아이 없이 살기로 결심하고 나서 맞이한 가장 큰 숙제는 바로 ‘노후’였다. 많은 사람들 딩크족 부부에게 가장 우려하는 부분 역시 나이든 채로 둘이 외로이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이다.

     

무엇이 닥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한없이 의연할 수는 없다. 자의든 타의든 아이 없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외로움과 여한을 토로하는 일을 보면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한다. 평균 수명이 여자보다 짧은 남자, 그러니까 남편이 먼저 이 세상을 뜨면 노인이 된 나 홀로 남은 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면 아찔할 때도 있다. 게다가 시시각각 만물이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모든 것에 발 맞춰 따라 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아이 없이 나이 든 채 우리 둘만 살게 될 미래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봤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필경 따라오는 것이라 여기고 이런 상황과 감정에 어떻게 하면 지배당하지 않을지 늘 저녁식탁에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일단 한 가지 명확한 답은 나왔다. ‘돈’이었다. 한국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데 돈 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자식을 노후대책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양가 부모님 지원 0원으로 결혼한 우리 부부는 결혼 준비부터 돈의 절실함을 느꼈다. 그래서 눈 먼 욕망을 최대한 덜어내고 결혼 준비에 들이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차곡차곡 모아온 돈들을 식에 녹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저금리 시대, 쥐고 있는 목돈을 은행에 묶어두는 것은 영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이 돈을 노후대책의 초석으로 이용하려다보니 자연스레 재테크에 눈을 떴다.


신혼 초에는 부동산과 돈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자투리 시간을 다 썼다. 하지만 귀동냥과 책으로 지식을 쌓는 것과 실전에 뛰어들어 시장 경제 감각을 온 몸으로 익히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 남짓 근처 부동산 사무실을 들락날락한 결과, 월세로 시작한 신혼에서 이듬해 아담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경매 통하여 싸게 나온 물건을 건지기도 해봤다.


아직 손에 남은 그 어떤 수익도 없다. 젊은 우리 부부에게 현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며 돈에 대한 감각을 익혀나가는 경험을 하는 단계라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아주 실리적인 노후 대책이다.

     

하지만 부동산도 불확실한 미래에 건 나의 바람과 신기루 같은 헛된 욕망 일수도 있다. 가장 정직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먹고 살 수 있는 본인의 생존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연금보험 가입이나 적금 하나 더 드는 대신 배움엔 아낌없이 투자하여 노후에도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쌓아가자고 약속했다.


노년에도 일 해야 한다는 것을 불행하다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이 자본인 시대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평범한 사람도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가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이 시대가 주는 축복을 마음껏 누려보기로 했다.

     

잦은 여행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여겨진 나는 대신에 한 번 쯤 살아보고 싶은 여행지의 언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그 매력적인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친구의 도움을 받아 전혀 다른 타국의 언어를 배우는 중이다. 언제가 되었든 그 기간이 얼마나 길든 그 여행지에서 꼭 한 번쯤은 그 곳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보기를 원하며.


그 매력적인 여행지는 다름 아닌 베트남. 음식도 사람들도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무척 마음에 들어 날 매료시킨 여행지이다.

     

남편은 수입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노동하는 대가로 벌고 있다. 남편의 본업은 운동선수였다. 지금은 운동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지만 이제는 성과에 부담 없는 스포츠를 할 수 있고, 생계형 스포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재능을 잃지 않으며 소소하게 돈도 벌 수 있는 방안으로 남편은 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나는 그의 하는 일에 호기심이 생겨 올해는 함께 취미용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약속했다.


남편과 스쿠버다이빙 수영장 실습. 올해는 바다에 나가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다.

     

나는 가고 싶었던 곳을 가보고 살고 싶은 사람과 살다보니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남편은 잘했지만 재미없던 일이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재미있는 일이 되었다. 이 같은 호기심과 뒤늦게나마 깨달은 흥미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의 능력으로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노후대책이다.

     

이처럼 삶이 주는 묘미와 시대가 주는 축복을 즐겨보기로 결심한 우리의 여남은 생이 쓸쓸하고 초라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세대가 말하는 ‘아이 없는 삶의 비참함’은 더욱이 와 닿지 않는다. 그들의 젊은 시절이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와 다르기 때문이요, 우리의 미래는 그들이 현재 맞는 시대상황과 또 다를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삶에서 무엇을 더하기보다는 현재의 생기와 건강만 지킬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험생끼리 연애하다 불합격 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