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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희 Dec 27. 2019

좌고우면 일희일비

작년에 한 번 했으니 올해도 해보는 연말정산

작년에 이런 새해결심을 했더랬다. 결과를 보자.     



운전연수(여행지에서 렌트를 하고야 만다!) : 못했다. 여름에 항상 국내여행을 갔는데 올해 하필 해외로 가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동기부여가 안 됐다고 하면 핑계...

영어공부(이 나이에 굳이? 싶지만 난생 처음으로 든 생각이니 일단 적어놓기) : 역시 이 나이에 굳이?! 싶었나 봄 ㅠㅠ

사이즈 큰 책과 작고 뾰족한 책 양쪽으로 넓혀가기 : 인스타에 올린 걸 세어보니 57권을 읽었다. 우화도 있고 만화도 있고 <팩트풀니스>나 <아름다움의 진화> 같은 사이즈 큰 책도 있고 <타락한 저항> 같은 뾰족한 책도 있고. (에세이는 여전히 적고 소설은 의외로 적다.)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걸 느끼지만 그런 스트레스 없이 잡히는 대로 끌리는 대로 읽었고, 비교적 좋았다.

말수 늘리기ㅡㅡ : 시답잖은 농담은 좀 늘었다. 구성원이 많아지니 확실히 말도 늘었다. 4.5호님 덕분

감기 덜 걸리기ㅠㅠ : 덜 걸렸던 것 같아!!

뭐든 계속 쓰기, 계속 그리기 : 브런치에 1년 동안 6편 올리고, 그림은 그것보다도 못 그렸다. 글씨는 작년 고사 때 쓴 유세차(이하생략) 이후로 없다. 저번에 썼던 ‘꾸준함’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된다.

새 옷 사기(내년의 나에게 맞는 게 뭔지 생각 좀 해보기) : 많이 산 것 같은데 내게 맞는 게 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

아이들의 독립지수 조금 더 높이기(둘 다 예민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이제는 몇 년에 걸쳐 독립을 연습할 때. 엄마가 찰싹 붙어 잔소리하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것 잊지 말기) : 이건 아이들이 확실히 잘하고 있음 ㅎㅎ      


       

목표는 어느 정도 예상과 의도가 반영된 것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의 1년은 예상과 상관없이 흘러간 순간이 훠얼씬 더 많았다. 연초부터 일을 키울지 말지 고민하며 문서도 만들어보고 시뮬레이션도 해보기도 했다. 외형상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5호님을 맞이할 결심도 했다. 사람이 남았으니 결과적으로 크게 이익 본 시도였다.

어떤 책을 어떻게 만들고 팔아야 회사가 잘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잘하는 출판사도 있고 힘들어하는 곳도 있을 테고,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열심히 하고 부끄럽지 않게 하는데 아직은(여전히) 스스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5년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몸고생도 많고 마음고생도 많다. 그래도 매일 책 얘기, 먹는 얘기, 여행 얘기, 건강 얘기, 조카와 자식 얘기 등등등을 하면서 서로에게 배우고 각자 조율하며 살고 있다. 나 또한 열심히 하되 지치지 않게, 책보다 사람이 먼저, 이걸 잊지 않으려 애쓰며 일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는 것이 있고, 힘을 조금씩 뺄 줄도 알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 집을 고친 게 뿌듯하다. 아는 게 없어서 멋지게 고치지도 알뜰하게 고치지도 못했지만, 낡고 삭은 것들을 다잡은 덕에 부모님 생활이 좀 편해졌고, 주택연금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노년의 재정상태가 안정되었다. 몇 년 동안 내색 않던 두 분은 이제야 어려웠던 얘기를 하신다. 말씀 없다고 한 눈 감고 살았던 게 죄송하고, 이제라도 돈 걱정을 더셨으니 다행이다.          

 

결국 이래저래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목표와 상관없는 것들이다. 내년에도 이러지 않을까. 또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을까. 사실 올해 목표를 그대로 복붙해도 상관은 없다. 잘한 건 계속 잘하고 못한 건 다시 해보고. 그래도 생각해보는 데 의의가 있으니 적어본다면...          



구성원 교육 : 회사에 왔으면 뭐라도 배워가는  있어야지 하는 마음 , 편집 외에 리더로서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 반으로 시작. 일하고 가르치고 이래저래 활발했던 팀장 때의 에너지가 가끔 그리운데, 앉아서 한탄만 하는  웃긴 일이다. 하면 되지.

운동 계속 : 사실 올해 가장 기특한 일은 이거다. 앞으로도 계속 .

뭐든 계속 쓰고 그리기 : 이렇게 적기라도 해야 의식을 할 것 같음 ㅠ

아이들 진로 정하기 : 내가 정하는 건 아니고, 결론이 날 때까지 같이 고민하고 찾아보고 상의하기.

엄마랑 여행 : 이걸 하려면 운전연수도 받아야 함.           


영어 공부를 넣을까 말까 세 번 고민했지만 현실성을 추구하는 걸로ㅡㅡ

이번주 초만 해도 연말인지 아닌지 현실감이 없었는데, 이렇게 있으니 제법 느낌이 난다. 잘 살았든 아니든 1년 동안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내년에도 아등바등 좌고우면 일희일비하며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런 한 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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