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백은 요원합니다만…
골프 때문에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내 스윙이 이모양인 건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거의 그 수준이다.
골프는 알면 알수록 정말 예민한 운동이고, 골프 덕분에 내가 이렇게나 예민한 사람이란 걸 알아가는 중이다.
분명 지난주까지 드라이버 스윙이 뻥뻥 날아가고 나도 이제 단타자를 졸업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한창 고무되어 있었다.
그런 상태로 친한 지인들과 라운딩을 다녀왔는데 기대했던 뻥뻥 스윙은 당최 나오지 않고 매홀 쇼티스트( 홀의 첫 번째 샷 비거리가 가장 짧은 사람) 당첨되다 보니 멘탈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 어느새 나는 휘두르는 스윙이 아니라 때리는 스윙을 하고 있었다.
밀당도 정도껏 해야 받아주지,, 골프의 밀당은 정말이지 멘탈이 탈탈 털려 맨 정신으로 돌아오려면 며칠이 걸린다.
그냥 힘 없이 툭툭 치기만 해도 헤드무게로 알아서 가는 공인데,, 왜 자꾸 대가리를 까서 땅에 처박히게 하는 건가….
나의 스윙을 날카롭게 분석하던 레슨코치님은 나의 스윙뿐 아니라 나의 멘탈까지 분석하셨으니.. 라운딩 가서 무슨 일이 있었냐며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골프 앞에서만큼은 정말이지 쿠크다스 같은 유리멘탈이 되곤 한다.
하아… 정말 즐기고 싶다.. 못 치든, 잘 치든 재밌자고 치는 골프에 나는 왜 이다지도 흔들리는 것일까.
이러다가 드라이버 잘 맞고 어프로치라도 한번 제대로 붙이는 날이면 마스크 사이로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이런 멘탈로 흔들림 없는 나만의 스윙을 가질 수 있을까. 오늘도 외로웠던 골프장에서 나만의 싸움.
포기는 금물, 그러나 즐거움을 디폴트로 장착하기!
오늘의 골프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