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거리에서 얼핏 들은 은파의 선율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돈다.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가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는데
엄마는 돈 없다고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지 않았다.
친구네 집에 숙제하러 가면
친구는 피아노 학원에 가야 한다고 나가고
난 친구의 레슨이 끝날 때까지
학원 앞에서 혼자 땅따먹기를 하며 친구를 기다렸다.
그때마다 들리던, 아이들이 서툴게 쳐대던
은파의 선율.
요즘도 가끔 은파를 들을 때면
결핍의 시절,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땅따먹기 하느라
손톱사이로 흙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던
까무잡잡하고 발그레한 얼굴, 단발머리의 초등학생을 만난다.
서른을 넘긴 지금에서야
비로소 난 그 아이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손을 내민다, 말을 건다.
(2003.5.1.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