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이회영 기념관 방문기
2024년 11월, 친구들과 인왕산 둘레길을 걷고 난 후 혼자 서대문 일대를 걷다가 근처에 이회영 기념관이 있음을 떠올리고는 곧장 찾아갔다. 오전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 탓에 날씨는 여전히 흐렸고, 관람객은 나 혼자였다.
EBS 역사채널 [어떤 젊음]에서 이회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것을 봤는데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라고 30세의 이회영 선생님이 물었고, 예순여섯의 이회영 선생님이 그의 '일생'으로 답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갑부에 양반 자제였으나 재산과 신분을 유지하기보다는 독립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일가족이 헌신했다는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좀 더 알고 싶어서 기념관을 방문했다.
전시물은 지하, 1층, 2층, 벽과 계단을 이용해서 배치했다. 날이 어둡고 관람객은 나 혼자라서 지하 공간은 잠깐 들어갔다가 나왔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일가족의 이야기, 아내에게 쓴 편지, 가난하던 시절에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었던 묵란도 등 실제로 보니 더 숙연해지고 존경스러웠다.
전시물을 둘러보다 "삶이 노선이다."라는 글귀를 발견하고는 한참을 그 앞에서 머물렀다. 살아가면서 말과 글이 삶을 압도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고, 나 또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00주의자' 와 같이 특정 이념(노선)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은, 의도성은 없더라도 가식이나 기만으로 귀결되기 쉽다.
반면, 자기가 현재 살고 있는 삶 자체가 노선이라는 것은 삶으로 자신의 이념 또는 사상을 증명해 내는 것이다. 간디가 자기의 자서전을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라고 썼듯이 말이다. 나이가 드니, 수려한 말로만 떠드는 당위보다 더디고 소박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내딛는 한걸음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말로 나를 쉽게 포장하고 표현하기 전에 언제나 "삶이 노선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잊지 않고 떠올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