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보고
배움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관인 학교는 또 하나의 사회이다. 흔히들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을 '학생', '교사'라는 정형화되고 균질한 역할로 한정 짓는데, 현실의 학교는 그 역할에만 매몰되지 않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는 곳이며 이해관계와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여타의 집단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성찰을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선악을 주제로 한 일종의 학원물이라고 생각했다. 사제간의 갈등 끝에 서로를 감화시키는 촉발제가 나타나 종국에는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해피 엔딩을 상상했다. 그런데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보는 내내 등장인물의 다음 대사가 무엇일지 궁금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묵직한 고민과 성찰을 지속하게 해주는 불편함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공연이었다.
누군가는 이 연극을 인간의 악함을 처절하게 드러내는 비극으로 보았다지만, 나는 이 공연에서 처절한 절망 끝에 찾은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학교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늘 선과 악이 고군분투하는 장소인데, 정확하게 완벽한 모습의 선과 악이 이분법적으로 존재하기보다 현실에서는 울퉁불퉁하고 불완전한 모습의 선과 악이 만나 대립한다. 처음부터 흠잡을 데 없는 선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사악함 그 자체인 인간 또한 없다. 그리고 선은 악을 만나 매끈하고 보기 좋게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싸우느라 처참해지기 일쑤이다. 이 연극에서 보이는 '선'의 모습도 그러했다. 엉망진창인 현실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잔불씨로 남아 있던 선의 모습.
우리가 매일의 갈등과 싸움에서 그래도 한 줌의 희망을 부여잡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학교라는 교육현장, 더 나아가 큰 학교라고도 볼 수 있는 사회라는 장에서 불완전하고 결점 투성이인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 끝에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을 이 연극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