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그리고 결혼생활의 시작
그와 결혼 준비를 할 때엔 다른 커플들처럼 다투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걸 따라줬고, 나는 그런 그에게 고마워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가 그냥 싸우기 싫어서 내 의견을 따르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내 뜻대로 하길 원하는 건지 늘 물어도 그는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좋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땐 몰랐었다. 그게 그의 책임 전가하는 성향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결혼식도 잘 마쳤고 신혼여행도 잘 다녀왔다.
결혼 후 1개월 동안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다.
남들이 왜 신혼부부를 보면 깨 볶는다고 표현하는지 매일 같이 와닿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아기는 언제 가지냐", "내가 태몽을 꿨는데 테스트기 좀 해봐라."라는 말들은 나를 지치게 했고, 그런 나를 보며 남편도 지쳐갔다.
반복되는 지침 속에 그와 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
내가 시댁의 간섭으로 예민해져 있을 때는 그의 말 수도 점점 줄어갔다.
그래도 우리 사이가 항상 예민하고 불안정하지만은 않았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사다 주는 그의 자상함이 나의 예민한 신경을 완화시켜 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기념일에는 함께 지난날을 돌아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앞으로의 기념일을 기대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주말에는 함께 누워 늦게까지 늦잠을 자거나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같이 보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는 즐거움, 행복,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댁 식구들이 질투할 정도로 사이가 좋고 깨를 볶던 우리도 마주하는 어려움들 속에 돈독해지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스트레스들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사이는 고무줄처럼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다가 느슨해졌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와 결혼하기 전 나는 누구와 연애를 시작하면 헤어지기를 참으로 무서워했었다.
누군가와의 헤어짐은 늘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의 헤어짐을 겪을 때에도 나는 약 3개월 전부터 헤어짐을 경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항상 긴장을 하며 지내왔었다.
그로 인해 많은 몸무게를 잃었고, 마지막에 그와의 헤어짐을 겪을 때에는 정신을 잃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안에서의 많은 고찰을 끝냈고, 그로 인해 많은 결론을 도출했으며 그 과정들은 나를 성장시켰다.
그와의 헤어짐 이후 참으로 신기하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들과 밥을 먹기도 했고, 데이트를 해보기도 했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썸도 타보고 잠깐의 만남도 가져봤다.
그렇지만 이제는 헤어짐에 조금 더 유연해진 나는 미련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