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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Apr 27. 2022

어른이들을 위한 그림 작가들 : 해리 클라크

신비하고 관능적인 그의 그림들 

아일랜드 태생의 해리 클라크는 스테인드 글라스 공예가이자 삽화가였습니다. 

샤를 페로의 작품집에 실린 Donkey-Skin

샤를 페로는 프랑스의 17세기 비평가이자 <빨간 모자>,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등이 들어간 동화집을 낸 당대의 진보적인 지식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변호사, 큰형은 신학자, 작은형은 해부학자이자 건축가인 집안이기에 그 또한 당대의 선도적인 지식인 계층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아이들을 위한 동화집을 내었을까요



1889년에 태어나 20세기 초반 책 삽화의 황금기에 활동한 해리 클라크의 그림들은 아이들의 미의식을 반영한 것일까요 

샤를 페로의 동화집에 실린 He asked her whither she was going

어린 시절 수없이 읽고 들었던 전설과 구전 동화들은 교훈적이고 권선징악적 스토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동화책 혹은 아름다운 빈티지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며 다시 읽는 동화는 기괴하고 잔혹하며 결코 교훈적이지 않다고 깨닫게 됩니다. 

샤를 페로의 동화집에 실린 She left behind one of her glass slippers, which the prince took up most carefully

계모와 마녀는 벌을 받고 착한 공주와 왕자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나긴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 열두 오빠에서 여동생은 부모를 버리고 왜 오빠들을 따라나섰는지, 백설 공주는 어떤 선행을 쌓아서 왕자와 행복하게 사는지 그 원인과 결과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행복하게 살았다에서 늘 끝나고 그 뒤의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부모 즉 왕은 특히나 동화의 세계관에서는 대개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잠자는 저주에 걸린 딸을 따라 본인도 잠이 들고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는 어이없이 속아서 평범한 청년에게 왕궁을 물려줍니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 심청전의 심봉사는 딸 청이의 고생을 모르고 장화 홍련의 아버지는  딸이 계모에게 구박받는 것을 모릅니다 


또한 동화 속 주무대는 숲입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숲 속에서 버려지고 빨간 모자 아가씨는 숲에서 늑대를 만납니다. 

숲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닌 하나의 블랙홀, 카오스 같은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경쾌합니다. 

우연히와 개연성 없음은 기본이고 저주에 걸려도 씩씩하고 어떤 사건도 무의미하지 않지만 반대로 어떤 일도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주어진 상황을 미션 해결하듯 어떠한 갈등 없이 받아들이고 헤쳐나갑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난한 과정인지를 아는 어른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동화가 그저 쉽게 가볍게 읽히지 않습니다. 


다시 해리 클라크로 돌아와 그는 아르데코와 아르누보에 영향을 받고 프랑스 상징주의에 경도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모딜리아니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육체의 선, 그림 배경에 드러나는 지나칠 정도의 기교와 장식이 특징입니다. 

삽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그는 스테인드 글라스로는 아일랜드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 천재로 추앙받고 있으며 독창적인 화풍, 깊이 있는 표현력, 풍부한 색상, 정교함으로 유명합니다. 

삽화와 글라스 모두 '섬세하다'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화 속 그의 과도한 섬세함은 예민한 감수성을 느끼게 해 주고 등장인물들은 우아하며 관능적이기까지 합니다. 

테크니션으로서의 그의 그림은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단순화된 조형미에 눈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진 천재성은 깨지기 쉬운 유리잔과도 같은 감상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시각을 현혹시킵니다 

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복잡해지는 경험은 위대한 황금기 시대의 삽화가들은 더더욱 부추기고 심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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