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블루 이후의 코드

by 혜안

1. 지금 나는

병가를 냈다. 사유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감과 불안감이 너무 심해 조퇴를 몇 번 했다. 그날은 울면서 집에 갔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병가를 내자. 이대로는 일할 수 없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느끼는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환자를 보려고만 하면 가슴이 너무 두근거렸다. 설레서 두근거렸다는 게 아니라, 불안해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이벤트가 터질지, 어떤 처방이 우수수 날지 생각만 해도 중력이 나만 향해 기울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용기가 필요한 장소였다. 중환자실이란.


2. 코드블루

첫 코드블루를 아직도 기억한다. 면회를 하면서 핸드폰 비밀번호가 뭔지 열심히 설명하던 인공호흡기 환자였다. 승압제는 이미 최대 용량으로 쓰고 있었고, 멘탈이 사라지는 순간이 코드블루일 말 그대로 시한폭탄 같은 환자였다. 간호사들끼리 ‘폭탄 돌리기’라고 했다. 그리고 폭탄은 내 앞에서 터졌다.


보호자분들 나가 계세요.

환자분, 환자분!


환자의 숨은 헐떡였고 동공이 열렸다. 맥박이 없었다. 여기 코드블루 방송해 주세요!


3. 처음에는

손이 그렇게까지 떨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환자의 맥박을 짚는데 내 맥박이 너무 세서 내 건지 환자 건지 구별이 안 갔다. 그만큼 내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쿵쿵이 아니라 쾅쾅. 정신이 멍해지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선생님 뭐 해!라는 책망의 말이 들려왔고 되는 대로 몸이 움직였다. 으드득. 갈비뼈가 그렇게 쉽게 부러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4. 중간에는

다른 사람의 코드블루 상황시 기록을 봐줄 수 있게 되었다. 봐, 에피네프린은 이렇게 적는 게 아니라 용량을 얼마나 줬는지 적는 거야. 내 말에 네 선생님. 하면서도 떨리는 그녀의 손을 볼 수 있다. 리듬 분석하겠습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 나도 저랬겠지.


5. 지금은

코드블루가 일어나기 전 미리 가 있는다. 여기 리듬 이상한데요? 레이트 늘어지는데요? 하는 순간 맥박부터 짚어본다. 내 맥은 더 이상 섞이지 않는다. 맥이 사라지는 순간 환자 위로 바로 몸이 향한다. 부러뜨린 갈비뼈가 몇 개인지 모르겠다. 다 비키세요! 컴프레션 할게요! 별명이 여전사다. 웃긴 건 아직도 손이 떨린다. 아직도 차분하게 심장이 부르르 떨린다. 저 환자의 심장은 뛰지 않는데, 내 심장은 항상 거세다.


6. 코드블루란

그 뒤가 더 힘든 것. 환자의 자발호흡이 돌아왔을 때 더 무서운 것. 아무도 몰랐겠지만 간호사들은 그 수습이 더 무섭다. 훨씬 무섭다. 쏟아질 처방과 환자의 즉각적인 상태 변화에 바로바로 대응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다시 늘어진다면 언제든 씨피알 칠 각오를 해야 한다. 씨피알을 2 사이클 이상 돌았다면 그냥 숨을 쉬던 환자는 더 이상 그냥 쉬지 못한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서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그건 또 언제 기록하고 언제 처방을 받지. 그저 하나의 이벤트. 생과 사를 오가는 순간보다 살아서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무섭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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