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의 일이다.
‘저 인간은 일하러 회사 다니는 것 맞아?’라는 생각이 드는 선배가 있었다.
업무는 설렁설렁, 퇴근은 정시보다 늘 빠르다.
한눈에 보기에도 모범적인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소위 말하는 ‘월급루팡’의 전형.
반면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선배도 있었다.
주말도 반납하고 야근도 불사한다. 쉴 새 없이 일을 하며 업무를 사랑하는 업무의 화신.
‘회사의 사장이라도 저렇게는 일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그 둘에 대한 첫인상은 오래가지 않아 바뀌었다.
‘월급루팡 선배’의 기획서는 언제나 높은 확률로 통과되었고,
‘업무의 화신이었던 선배’의 기획서는 늘 상사에게 깨지기 일수였다.
‘컨펌’ 되는 기획서는 무엇이 다른가?
회사에서 말하는 '컨펌'이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절차상의 승인, 허락, 확인을 뜻하는 용어로
넓게는 의사결정자의 'Yes', 'OK'를 통틀어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상 크던 작던 모든 결정에 대해
결재 라인에 따라 반드시 상사의 ‘컨펌’을 받아야만 한다.
하수와 선수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하수는 상사에게 컨펌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선수는 상사로 하여금 컨펌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상사의 공격
처음 상사에게 기획안 작성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
‘내 실력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가 왔다'라고 생각했다.
꼬박 이틀이 걸려 완성된 나의 첫 번째 기획서는 직장인으로서 일의 의미와 소중함,
열심히 일 하고 난 뒤의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내 기획안을 본 지 10초도 안되어 상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
모든 것이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상사의 생각과 실무자의 의견이 같을 때 비로소 상사는 기획서에 ‘컨펌’ 한다.
만약 안타깝게도 상사의 생각과 실무자의 의견이 다르다면?
상사의 맹공격이 시작된다!
상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본격적으로 기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상사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가?‘
사실 그 점만 안다면 기획서의 절반은 완성이라 봐도 무방하다.
상사들은 실무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알고,
그것을 명확하게 기획서에 표현해주길 바란다는 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기획서가 성공적으로 컨펌되기 위해서는
컨펌의 주체자인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열쇠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그것!’
‘상대방이 전달받기를 기대하고 있는 메시지인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기억하자. 상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가는 실무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상사는 당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우리의 상사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기획서에 담기길 원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 것은 실무자로서 직무유기다.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다. 소통의 핵심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신입사원 시절 한 선배는 내게 이런 말은 한 적이 있다.
“좋은 기획서는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는 거야”
문제는 멍부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상사)
현실은 늘 이상과 다르다. 언제나 예외 상황이 존재한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늘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저 사람은 정말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보란 듯이 승진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내 상사가 된다.
2014년 LG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헛손질 많은 우리 기업들, 문제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다’라는 보고서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말이 점잖아서 부지런한 비효율이지 한마디로 삽질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일을 한단 말인가?
당신과 나, 우리 모두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
오래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어오던 직장 상사 분류법을 통해
이 문제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능력을 X축, 성실성을 Y축으로 나누면 직장 상사는 총 4가지
(똑게, 똑부, 멍부, 멍게) 유형으로 분류된다. 각 유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똑게
똑똑하지만 게으른 유형이다.
이 유형의 상사는 자기 위치에 따른 업무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나
약간 게을러서 업무를 부하 직원에게 잘 떠맡긴다.
좋게 말하면 권한 위임에 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대신 머리가 좋기 때문에 업무 초기에 일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경영진의 압력을 막아준다.
부하 직원들은 다소 일이 많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시간의 압박이 덜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똑부
똑똑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유형이다.
똑부는 해야 할 일과 방향을 잘 알고 또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부하 직원도 열심히 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사는 부하 직원의 업무에 간섭이 심하고
부하가 결정을 내릴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임원이지만 실무자처럼 일하는 유형인데,
부하직원은 판단력을 키울 기회가 없어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많은 시간 혹독하게 일해야 하므로 똑게보다 인기가 덜하다.
멍게
멍청한데 게으르기까지 한 유형이다.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도 않으므로
부하 직원은 적당히 시킨 일만 하면 된다.
회사에서는 이런 멍게를 가만 두지 않으므로 부지런한 척 코스프레하는 경우가 많다.
멍부
멍청한데 부지런하기만 한 유형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이직 사유 1순위가 상사와의 갈등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사가 대부분 멍부 유형이 아닐까 싶다.
멍부는 일의 방향이나 의사 결정의 타이밍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공연히 부지런을 떤다.
그러나 대부분 불필요한 경우라
부하 직원은 성과와 상관없는 삽질을 열심히 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멍부 밑에서 배운 것 없이 성장한 후배는
장래에 또 다른 멍부가 될 확률이 높다.
위 내용을 그저 재미로 보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에 들어가면 멍부 유형의 상사를 만날 확률이 의외로(?) 높다.
그렇다면 일의 방향이 불분명한 멍부 유형의 상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런 상사에게는 아이디어 잽을 여러 번 날려 일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수다.
쉽게 말하자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몇 가지 던져 상사의 판단을 유도하고
일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다음은 아이디어 잽으로 일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프로세스다.
1. 본격적으로 기획 업무에 들어가기 전 '~를 의미하시는 건가요?
예를 들어 ~라면 어떻습니까?라고 아이디어 잽을 던져 본다.
2.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탐탁지 않아하는지 상사의 반응을 살펴본다.
3. 반응에 따라 업무 진행 시 상사가 원하는 기대 수준과 아웃풋 이미지가 무엇인지 추정한다.
상사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라!
상사가 100명이면 컨펌 스타일도 100가지라는 말이 있다.
상사와 내가 업무를 대함에 있어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점검해 보는 것은
부부나 연인, 친구 사이 궁합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당신의 상사는 업무 시 어떤 스타일인가?
-기획서의 줄, 라인에 민감한가?
-문장의 길이가 길지 않고 간략한 문장을 선호하는가?
-선호하는 보고 타이밍이 있는지?(점심 식사 전/후, 오전/오후 등)
기획서 컨펌은 전략이다!
상사와 나의 업무 성향별 특징과 차이점을 바로 알고,
이를 보완해야 만원 활한 의사결정과 업무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
컨펌의 역학
컨펌이란 행위에는 다양한 역학관계가 숨어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나 제안이라 할지라도
상사에게 컨펌을 받기 어려울 때가 있다.
실제로 같은 기획서를 가져갔는데
누구는 컨펌이 되고 누구는 컨펌이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상사는 그저 당신이 싫어서, 그때그때 기분이 좋지 않아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서 컨펌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업무 능력과 그 능력에 대한 평가가 늘 정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업무 능력을 탁월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컨펌을 받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철두철미한 준비 아래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상사의 성격 유형에 따른 효과적인 소통 패턴
사람들은 대부분 행동이나 판단을 할 때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마다 행동이나 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상사나 동료들의 행동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상사나 동료의 성격 패턴을 분석하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판단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 패턴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진단도구이다.
‘에니어그램’은 9가지 기본 성격유형으로 구성되는데
성격이 발현되는 힘의 중심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3가지 유형은 Doer / Feeler / Thinker이다.
각 유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도서 <필요할때 꺼내 보는 기획서 작성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많은 사랑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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