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을 위한 시간

재능을 저축합니다.

by 연어사리

바느질을 이용해서 완성이 나오기까지 1단계 구상과 재단, 2단계 완성-수정-완성으로 끝나기도 하고 2단계에서 무한루프에 가까운 100번쯤 진행되다가 1단계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떤 것은 1년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완성을 위해 이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마음이 자신의 시간을 깎아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아직은 판매보다 구상과 완성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몇 번을 묻고 몇 년을 해오고 있다.

'그냥, 좋아서'

어리석은 마음은 머릿속에 있는 그것의 실체를 갖고 싶어 한다.

손으로 만져서 포근함, 눈으로 보았을 때 행복함.

실체를 가진 것들이 남의 눈에는 사랑스럽길, 나의 눈에는 예쁘길 원한다.


퍼즐을 맞추고 또 맞추고 틀리면 다시 맞추고 맞추다 안되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창작과 완성은 퍼즐과도 같다.


바느질로 만들어진 것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디자인을 통한 인쇄물과 그 결과물들.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구상하고 생각하고 다듬고 다시 도전하고 다른 이와 다른 점은 그들은 뚝딱이지만 연어가 강을 거스르는 것처럼 힘겹게 도전과 도전을 계속하는 재능을 저축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시간이 포함된다.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

남이 한 것은 뚝딱이고 내가 한 것은 오래 걸린다.


KakaoTalk_20221219_101941294.jpg 친구와 함께 간 카페에서 처음 해본 의자 쌓기 게임

모양이 제각각인 의자를 바르지 않게 끝까지 쌓아서 올려야 한다.

의자 쌓기의 재능은 생각의 다각화이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의자를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올려야 한다. 밤은 길지만 영업시간을 짧고 내일은 다가온다.

오랜만에 친구와 단둘이 차를 마셨다.

첫 번째 스무 살이 지나고 만난 친구.

겨울의 차가운 똥바람도 괜찮았다. 버스비가 없어도 생수 한 병이 있으면 어딜 가든 즐거웠다.

그런 시간을 보내왔다.


구례현상점에 놀러 왔다가 리본도 만들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가는 아는 동생.

무언가 기상천외한 것을 찾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이거 설마 만든 거야?'라는 표정으로 물건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그리곤 "미쳤어, 미쳤어."를 남발하며 만족해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력으론 만들 수 없다면서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이 언니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야?"

회사 동료였던 아는 동생은 딱딱한 말투로 웃으며 장난친다.

"그러게?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는 가끔 만나서 딱딱한 말투로 장난을 치며 촌철살인, 날 선 농담 반 진담 반을 날린다.

커피숍의 맛있는 커피가 아니어도 따뜻한 물 한잔에도 즐겁다.


한겨울 저수지의 청둥오리가 있다.

청둥오리는 추운데도 유유자적 물 위에 머물러 있다.

물아래에는 어떤 발길질로 얼마큼 움직이고 있는지 우리는 보지 못한다.

그런 인고의 시간은 정직한 결과물로 보답한다.


연어의 시간은 연어만이 안다.

건강하게 벌어들인 돈은 오랫동안 머문다고 했다.

끊임없이 노력해 만들어진 재능은 계속해서 내 곁에 머물 것이다.

재능을 위한 시간은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계속해서 저축을 하는 것이다. 투자금이 될 때까지.



내가 가장 힘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모두가 힘든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감내하고 묵묵히 버티는 것이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지루함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는 지루함조차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