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뿐이다.
냉장고 안에 있는 건 달걀 3개가 전부다.
생활비가 똑 떨어지는 그런 날이 가끔 있다.
지갑에 만 원짜리 몇 장이라도 있고 월급날이 3일 정도 남았다면 혹시나 내가 혼자 살고 있다면 달걀 3개로 3일을 버틸 수 있겠지만 1인 1 달걀을 하는 3 식구에게는 한 끼의 양일뿐이다.
그래 오늘은 달걀(계란)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풍요로운가.
요즘 같은 때에는 육류만큼 비싼 것이 야채 아니던가.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니 남은 달걀 3개지만 맛나게 먹어보자.
가끔은 양파나 참치를 넣어서 달걀말이를 해보기도 하지만 오늘은 불그스름한 당근이 예쁘게 보인다. 노란 계란물 사이로 작게 썰어진 당근은 그릇아래로 내려가서 계속해서 저어주고 또 저어주어야만 하지만 프라이팬에 올라가면 알맞게 고루고루 퍼지겠지.
값싼 다이어트를 하던 때에 1일 1,000칼로리 섭취라는 터무니없는 목표를 잡고 주요한 단백질 섭취는 매 끼니 삶은 달걀 2개만으로 버티던 지독스러움, 그래도 삶은 달걀 두 개라도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아니 행복한가.
결국 1일 1,000칼로리 섭취의 다이어트는 한 달을 넘기지 못했고 8킬로가 빠진 몸무게는 요요와 함께 돌아왔다. 그렇게 먹었던 애증의 달걀, 나는 달걀말이가 지겹지 않다.
달걀만 있다면 고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달걀만 있다면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semi vegetarian)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달걀이 없다면 고기가 올라가지 않는 밥상에 어떤 것을 대체할 수 있을까?
지갑마저 바람처럼 가벼워졌을 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이 있으려나.
냉장고 안에 달걀 3개, 30개짜리 한판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달걀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나에게 달걀 30개가 있다면 일주일 동안 반찬 걱정은 없다. 아침에는 우유를 넣은 스크램블 점심에는 노른자가 살아있는 달걀프라이 저녁에는 멸치액젓이 들어간 달걀찜, 간식으로 탱글한 삶은 달걀.
우와, 하루에도 한판을 다 먹을 수도 있겠구나.
원래 계획은 일주일을 버티는 것이었지만 달걀의 쓰임새가 너무다 많다.
적당한 야채와 함께 샐러드에도 올릴 수 있는 달걀.
내 삶에는 달걀이 빠질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새털같이 가벼운 지갑을 유지했던 나를 위한 건강식이자 매력적인 식재료.
달걀.
가난처럼 끈덕지고 구차한 하루 속에서도 건강과 맛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식재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은 세기의 논쟁처럼 내 지갑이 풍성해지고 난 후에도 난 포기하지 못하는 식재료 중 하나겠지. 그때는 이만큼 간편하고 건강한 음식이 어딨냐고 떠들겠지.
달걀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도대체 몇 가지나 되려나.
평상시 해 먹는 음식 종류만 해도 최소 50가지 정도 되지 않으려나 물론 주재료인지 부재료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종류겠지만 달걀 자체로도 충분히 건강하고 매력적인데 부재료가 섞이거나 달걀이 부재료가 된다면 그 또한 맛있다.
그래 삶은 달걀뿐이더라도 나는 오늘도 웃어본다.
닭비린내가 날 정도로 닭과 달걀을 좋아하지만 지치게 않게 먹는 방법을 찾아가는 삶은 달걀뿐이었다.
달걀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행복함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살아간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달걀이 눈에 띄는 날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쓸까 늘 고민하는 하루가 참 행복하고 감사하면서도 글감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하루와 무엇이 다른지, 달걀로만 몇 가지 이야기나 쓸 수 있을지 고민하며 책을 찾아봤습니다. 달걀 레시피에 관한 책들은 몇 권이 있더군요. 그렇다면 달걀에 관한 주관적인 이야기들을 써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앞으로 간간히 달걀에 관한 주관적인 이야기를 올려보겠습니다.
달걀이 있어 행복한 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