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으로 오랜 기간 옷을 팔다 보면 소매거래처 손님이 아닌 개인구매손님을 종종 만나게 된다. 개인구매 손님의 가장 궁금한 점은 소매로 어디서 우리 옷을 구매할 수 있는가이다.
개인구매 손님이 매장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사업자 확인을 통해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다. 오래전 도매매장에서도 개인구매 손님이 많았다 계속 판매를 하다 보니 소매매장 거래처를 상대해야 할 귀중한 시간에 낱장을 파는 것은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다.
이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다 사진 작업을 거쳐 온라인에서 옷을 판다. 어딘가에서 공유된 옷을 보고 우리 매장에 전화를 거는 손님과 문자를 보내는 손님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런 손님께 손수 링크를 찾아 판매처를 알려주거나 구매 매장을 알려주는 일을 몇 년간 반복하였다.
그 문의는 주말도 평일도 끊임없이 많이 왔는데 야간에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답변을 해주다 지쳐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접팔자!
그래서 그동안 업체에 맡겨 찍은 사진들을 모아 쇼핑몰을 만들고 판매가는 우리 거래처보다는 다소 비싼 판매가를 책정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나에게 오는 소매문의는 확실히 줄고 자사몰로 손님들이 이동해서 우리 옷을 애타게 찾는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하게 되었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인력이 없으니 질문에만 간단히 답변하고 전화문의는 아예 받지 않고 운영했다. 지금 운영한 지 오래되었는데 비싼 가격 탓인지 홍보를 아예 안 한 탓인지 판매는 매우 저조한 채로 아직도 운영 중이다.
여러 소비자에게 흩어져있는 우리 옷을 한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한 명의 사람이 여기에 집중을 해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직원 인건비조차 버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도 운영하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 옷을 애타게 찾는 소비자를 위해서다. 거래처를 통해 손쉽게 살 수 있지만 진행상품이 수백 가지인 옷을 거래처에서 모두 다 가져다 팔지 않는다.
도매에서 소매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 많이 힘들다. 옷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금전적으로 유리하다. 쇼핑몰을 손이 안 가도록 체계를 잘 잡아놓으면 사진촬영 비용과 1인분 인건비 정도는 간신히 벌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운영해서 얻은 큰 수익이 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그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디자인을 하는데에 약간의 도움이 된다.
가끔 이런 손님이 있다. 자사몰이 왜 더 비싸요?라고 묻는다. 로드샵에서는 얼마인데 자사몰은 더비 싸요. 가격비교사이트에 더 싸게 팔아요.라는 문의도 종종 해온다. 그럼 정중히 답변해 준다. 같은 옷입니다 그곳에서 구매하셔도 좋습니다.
거래처에서 우리 소매매장에 대한 문의도 가끔 온다. 심지어 쇼핑몰 판매 가격이 자신의 쇼핑몰 보다 낮으니 우리보다 더 비싸게 팔아라 라는 요 청도 있었다. 덕분에 판매가를 더 비싸게 올려두게 되었다. 어떤 소매 손님은 우리 사진을 퍼다가 직접 파는 소매손님도 계셨다. 우리 매장은 판매용 사진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후 워터마크를 확실하게 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우리가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을 소매사장님들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특징이 있다면 규모가 작은 쇼핑몰들에서 특히나 도매매장이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큰 사이트는 아직까지는 아무 이야기가 없다. 우리가 팔든 말든 계속 거래해오고 있다. 같은 옷인데 큰 사이트들은 우리 옷을 매우 잘 판다. 정작 자사몰에는 파리가 날린다. 옷의 문제가 아니라 파는 사람의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도매를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다른 선택지들을 고민하게 된다. 매장을 더 낼까 소매를 해볼까 쇼핑몰을 해볼까 사무실을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해 볼까 프로모션을 해볼까 하는 많은 선택지들이 있다. 소매쇼핑몰도 하나의 대안이지만 보통은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순수하게 수익만을 원하면 디자인 1개를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서 히트시키는 것이 더 돈이 된다는 것을 수년간 소매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