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으로 출발하기 전 오늘의 주인공인 그녀가 예전에 난자를 냉동시켰다고 했던 얘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당시 그녀는 남자친구는커녕 소개팅조차 하고 있지 않을 때라 그 행동이 신기하면서도 유난스러워 보였는데 오늘 드레스를 입고 인자한 미소를 띠며 단 위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때 그녀가 정말 현명하고 야물딱진 판단을 했구나 싶다. (그녀는 동기 중 가장 마지막으로 결혼했다)
결혼식은 청주에서 있었고 돌아오는 길이 거의 빈 도로여서 난생처음 엄청난 속도로 액셀을 밟아봤다. 나도 모르게 ‘진짜 기분 좋다’라는 말이 나왔다. 아이를 갖고 싶었다가 개를 키우고 싶었다가 누군가의 젊은 난자를 부러워했다가 사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부러워하다가 잠깐의 해방감에 다시 번뜩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겠는가, 어떤 결심을 한데도 나는 이미 노산이다. 늘 그랬듯이 열심히 뛰고 게걸스럽게 책을 읽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의식인 양 밥을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보는 거다. 그러면서도 주말 내내 가격을 검색해 봤다. 삼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