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핑계 삼아 운동을 쉬려고 했는데 비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달리러 나갔다. 하루 중 유일하게, 그리고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분 좋은 순간이라 이 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달리면서 나오는 도파민은 건강한 도파민이라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좋은 기분이 하루종일 지속되면 좋으련만 집에 돌아와 찬물 샤워 한 번 하고 나면 또다시 평소와 같은 상태가 된다.
아직 엄청나게 힘든 강도로 달리지 않아서인지 달릴 때 여러 잡생각을 많이 한다. 다행인 것은 달릴 때 드는 생각들은 대부분 좋은 생각들이고 오늘은 이렇게 아무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진 것이 정말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작은 몸 앞에 펼쳐진 모든 삶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인지 창 밖 나무의 가지들이 세차게 흔들린다. 비가 오기 전 부는 바람이 좋다. 가벼운 습기를 머금은 바람. 책을 읽다 테이블 위에 조용히 엎드려 눈을 감는다. 그 누구와 있을 때에도 이런 충만함은 느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