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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Jun 28. 2023

수줍음의 옹호

장마를 핑계 삼아 운동을 쉬려고 했는데 비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달리러 나갔다. 하루 중 유일하게, 그리고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분 좋은 순간이라 이 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달리면서 나오는 도파민은 건강한 도파민이라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좋은 기분이 하루종일 지속되면 좋으련만 집에 돌아와 찬물 샤워 한 번 하고 나면 또다시 평소와 같은 상태가 된다.


아직 엄청나게 힘든 강도로 달리지 않아서인지 달릴 때 여러 잡생각을 많이 한다. 다행인 것은 달릴 때 드는 생각들은 대부분 좋은 생각들이고 오늘은 이렇게 아무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진 것이 정말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작은 몸 앞에 펼쳐진 모든 삶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인지   나무의 가지들이 세차게 흔들린다. 비가 오기  부는 바람이 좋다. 가벼운 습기를 머금은 바람. 책을 읽다 테이블 위에 조용히 엎드려 눈을 감는다.  누구와 있을 때에도 이런 충만함은 느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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