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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Jun 24. 2023

두 번째 상담

지난주부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나는 항상 내 자신과 사람들이 불편하고 나아가 세상이 불편했는데 이게 정상은 아닌 것 같아(정상이면 정말 슬픈 세상이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상담소를 찾았다. 지난주에 한 기질 검사의 결과를 받아보니 그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타고난 기질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무척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을 가지고 있고 보통 사람들이 하나의 상황에 5를 느낀다면 나는 8을 느낀단다. 그리고 그 캐치한 나머지 3은 안타깝게도 부정적인것들이라는 것. 그러니 불편한 게 많을 수밖에 없다. 기질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성격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데 이 예민한 기질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디에 풀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선생님께서 제안한 방법으로는 불편한 상황들을 쌓아두면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니 그때그때 가볍게 얘기해 보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걸 타인에게 시도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으니 남편에게 먼저 적용해 보라고 하신다. 남편이 고생이 많다.


그리고 성격에 대한 부분은 거절당하거나 버려지는 것에 대한 불안도가 높다고 나왔다. 그런데 이건 정말 전적으로 회사 시스템이 만들어낸 성격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선 쓸모가 없으면 인정받기 힘들고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공포를 이용해서 사람을 굴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같이 일하는 사람과 다투게 된(나 혼자 싸움) 원인도 이것 때문이었는데 검사지에서 똑같은 진단이 나오니 이 부분은 정말 반드시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지를 두고 이런 저런 해석을 해주고 난 후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으셔서 다 알고있던 부분이라 놀라울것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저 혼자 생각하고 있던 부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객관적으로 확인을 받으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는 한 편 더 안타깝기도 하다고. 단 한가지 놀라웠던 부분은 자기 인정감이 낮고 자존감이 낮다는 것. 스스로 마음에 드는 작업이 별로 없고, 사람들이 작업을 칭찬을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일정 부분 차지하지만 기저에 깔린 원인은 낮은 자존감 때문이란것을 알게 됐다.  


선생님께 이 부분은 정말 나아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말 못해서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선 잘한다고 하는데 나 혼자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을 궁리하기 보다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사실 상담 같은거 받을 필요도 없다. 나를 사랑하는것, 그게 모든걸 해결해 줄거란걸 안다.


위에 열거한 부분들 말고는 죄다 장점으로 봐도 된다. 평균 이상인 것은 끈기와 인내력이 높다는 것, 예민한만큼 섬세하다는 것. 늘 우울한 상태인데 (우울증은 아님) 그만큼 감정을 기복없이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것 정도가 기억이 난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나의 단점이 곧 나의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최근에 오아시스의 인터뷰를 다시 보고 있다. 오아시스는 나의 10대와 20대를 함께해 온 밴드이고 내 정서의 60%를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노엘의 인터뷰를 보고선 왜 크토록 오아시스의 음악에 끌린 줄 알게 됐다. 불우한 환경에서 절망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살고싶다고, 영원히 살 것이라고 노래하는 그의 거칠지만 진솔한 에너지에 열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가사들이 나에게 노엘에 버금가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다는 것은 보통의 긍정적인 사고로는 힘든 일이다. 나 또한 그렇다. 어린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늘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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