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as Oct 23. 2023

이사

언니와 서울에 온 후로 이사를 많이 다녔다. 두 여자가 살기엔 열악해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치듯 옮긴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벌이도 나아지고 보는 눈도 생기면서 점점 넓은 평수와 높은 층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사를 자주 다닌 탓에 언니와 나는 버리기의 고수가 되었다. 심사 숙고해서 나름의 좋은 물건을 샀다고 생각했는데도 이사할 때가 되면 모든 게 낡고 초라해 보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사회 초년생들이 산 물건들이 좋은 물건일리가 없었다. 버릴 때 아쉬움도 없었던 것이 그 물건들의 용도는 한철 기쁨을 주고 버릴 땐 속 시원함을 주는 것, 딱 그 정도에 그쳤다. 물건을 버릴 때마다 다음엔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사겠노라고 다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내게 있어 부의 척도는 이런 물건들을 고민 없이 살 수 있는지가 되었는데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한 모양이다. 


다시 이사를 앞두고 집을 둘러보니 또 모두 버리고 싶어 진다. 구매할 당시엔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유행하는 취향을 따라 구매한 것, 최선이 아닌 가성비 좋은 차선들 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엔 비싸고 좋은 물건들로 채워놓고 오래 쓸 자신이 있는가? 어쩌면 내가 쉽게 질려하는 성격이 아닐까? 나의 취향은 확고한가? 잘 모르겠다. 5000원대부터 35000원대까지의 고양이 밥그릇을 보다 이 글을 쓴다. 5000원짜리도 충분한데 35000원짜리를 사고 싶어서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