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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ty 묘등 May 24. 2024

만원 지하철 안, 두 번이나 발을 밟히다.

출근길의 혼란

만원 지하철 안, 발을 두 번 밟혔다.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발의 위치 상 실수로 밟은 것이 아니다.

발을 밟은 여자를 흘깃 쳐다본다

미안한 표정이 아니다.

기분이 나쁘다.

다시금 창에 비친 모습의 그 여자를 곁눈질로 본다.

계속 움직인다.

뭔가 불안해 보인다.

소위 상식이라는 선에서 약간은 벗어난 행동들이 보인다.

순간 성인 ADHD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또 내 흰 운동화를 밟는다.

의도적으로 밟은 것이 분명하다.

그 여자를 째려본다.

여자가 손가락으로 무언가 가리킨다.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본다.

지하철 문에 붙혀진 그림 스티커가 눈에 들어온다.

졸라맨 같이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사람이 등을 대고 문을 기대고 있고, 그 위에 있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선이 그어져 있다.

"문에 기대지 마시오"라는 메시지다.

나를 본다.

플라톤 아카데미의 강의 영상이 흘러나오는 내 손 안에 핸드폰이 지하철 문에 닿아있다.

'아!'

순간 화들짝, 손을 문에서 떼어낸다.

'그런데... 나는 몸을 기댄 것은 아니잖아?"

손도 몸이니 손이 닿은 것도 몸을 기댄 것이 되는 건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발을 밟힐 정도의 몰상식한 행동인가?'

감정 한 편이 불쾌감과 불편함으로 물든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그래, 문에 기댄 걸로 보일 수 있겠네.

나도 자각이 없었네.

그래도 내가 불쾌감을 표출하지 않아 갈등 상황이 드러나지는 않았네.

아침에 10분 명상을 하고 온 나라서 다행이다.'

온갖 상념이 머리를 스치며, 이성 한 편은 자기합리화를 동원해 나를 위로한다.

이상한 사람에게 당한 봉변이라는 생각을 억누르려 애를 써본다.

불쾌감과 안도감이 뒤엉킨 오늘의 출근길이 혼란스럽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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