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Oct 19. 2019

안절부절 하지 않는 금요일 밤

불금을 반대하며

"오늘 불금인데, 뭐하세요?"


불금이란 말은 누가, 언제 시작한 것인가. 나는 모두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런 전형적인 불금을 보낸 적이 많이 없다. 북적거리는 술집이나, 유명한 맛집에서 친구 또는 지인들과 모여 주중의 회포를 푸는 그런 것들. 달뜬 분위기에 상기된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는 풍경. 그것들이 참 좋아 보였다. 하지만 난 늦게 퇴근할 일이 많았고, 내향성 인간이었다. 남들이 누리는 게 좋아 보였지만 정작 나란 사람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시끄러운 곳에 가는 것도 누굴 만나는 것도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그렇게 금요일 밤에 혼자 집에서 넷플릭스 따위를 보며 멍하니 있다 보면, 왠지 안절부절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다들 어디선가 사람들을 만나고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나만 이렇게 혼자 루저처럼 집에 있는 거 아닐까? 나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어딘가로 가야 하지 않나? 이 나이 먹도록 날 찾는 사람도 없군. 나에게 문제가 있어. 내 인생은 잘못된 것이 분명해. 결국 이런 식으로 사고가 흐르는 것이다. (사람이 오랫동안 혼자 살면 안 된다)


마음 한 구석 그런 불안과 의심을 품고도 결국 누구와 나가서 놀 기회도 만들지 못한 나는 금요일 밤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한 채로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 불안에 쫓겨 억지로 건수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어정쩡한 마음으로 많은 금요일 밤들을 보냈다.


다행히도 나는 조금씩 그 시간을 보내는 법을 터득해갔다. 집으로 배달 온 식료품들을 정리하거나, 오랫동안 반신욕을 하며 영화를 보거나, 옛날 코미디 프로를 찾아보며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다. 밀린 설거지를 하기도 했고 인터넷 쇼핑도 했다. 결국 나는 집순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집에서 있는 시간들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래도, 금요일 밤인데.."라는 생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나만의 금요일 밤 루틴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고 작은 만족감들이 쌓여갔다.


그냥 나인 상태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것을 너무 늦게 배운 것 같다. 불금이 뭐 대수라고, 싶지만 난 사회가 으레 기대하는 모습들에 어긋나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나 보다. 내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에, 상담 선생님이 늘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마음이 그렇게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혼자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나 스스로를 살피고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요일 밤마다 그렇게 방황했던 것은 결국 내면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남들을 기준으로 일상을 평가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즐거운 것을 하면 될 일인데. 그놈의 불금이라는 말 때문에. 불같이 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불금이라니. 너희나 불금해라. 나에겐 그냥 평온하고 여유로운 주말의 시작이라고. 뻑적지근 거창한 건 싫은걸.


그러니 나같이 금요일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불금이라는 말은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 모두가 불같은 금요일을 보낼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잔잔한 호숫가의 물처럼 금요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알아줬으면...






p.s 하지만 저도 아주 가아아아끔씩은 불금을 보냅니다. 무려 이태원 클럽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