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2

두 돌을 앞둔 (가정보육하는) 주부의 마음은

by 루이

1. 마지막으로 이곳에 글을 올린 것이 1월이었다. 돌잔치를 마치고 엄마로서의 1년을 돌아보며 작은 감상을 올렸는데, 그 이후로도 치열한 육아는 계속되어 여기에 돌아오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만약 아이가 기관에 다녔다면 더 자주, 일찍 왔을 테지만 아직 아이는 하루 종일 나와 붙어 지내고 있기에 쉽지 않다.


2. 아이는 요즘 두 단어 연결을 막 시작했다. 오전엔 흰 과 우유를 붙여 흰 우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발달 과정 상 중요한 것이고, 나 역시도 이 개월차의 엄마가 되기 전엔 알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이가 클수록 이렇게 챙겨야 할 것들이 새롭게 나타난다. 육아는 절대 지루할 틈이 없다. 적응할 만하면 새로운 숙제가 나타난다.


3. 오전에 해가 떠도 기온이 0도, 1도를 웃도는 진짜 겨울의 나날들이다. 막 추워졌을 즈음엔 매서운 바람에 아이를 내놓기가 뭐 해 집에만 하루 종일 있었다. 하지만 나도 아이도 이 날씨에 차츰 적응해 나가면서 요즘은 오전 오후로 한 번씩 외출도 하고 있다. 아이에게 털이 빵빵하게 찬 패딩잠바를 입히고 모자, 목도리까지 휘휘 둘러서 나가는데 이렇게 차려입은 아이가 유독 귀엽다. 겨울은 입혀야 할 옷이 많아서 엄마는 귀찮지만 다 갖춰 입은 아이의 모습은 겨울요정 같아서 볼 때마다 흐뭇하다.


4. 얼마 전 왜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너무 고단하고 무거웠었다. 감기가 살짝 스치고 간 걸까 싶은데, 당시 너무 힘들어서 종교도 없는 내가 신에게 기도하며 잠이 들곤 했다. 제발 저에게 힘을 주세요, 인내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포기하지 않고 지혜롭게 이 순간을 지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했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상황에서 몸이 무너지면 안 되었다. 남편한테 반차라도 쓰고 와달라고 하였지만 초 비상사태라고 미안하다며 평소처럼 밤늦게야 들어왔다. 이런 날들이 자주 있지는 않지만, 아이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돌보는데 절대로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비정상적인 근로시간과 야근은 미덕으로 평가하는 (후진적인) 기업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출산율은 절대 반등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기업은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데, 국가는 뒷짐 지는 상황에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에게 가고 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를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내 상황에 감사하다. 일단 내가 아직은 마음과 신체가 버틸만하다는 것이고 (낮잠을 꼭 아이 잘 때 같이 자야 한다), 남편도 내가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한 고충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헤아려 먼 곳에서 응원을 보내주시는 조부모님들도 계신다. 이런 상황이 안되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정보육을 택할 수 있는 나의 주변 상황,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6.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공허한 마음으로 지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나는 그전보다 충만하고, 강인하며, 더 나은 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여정 중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만든 이 현실이, 우리가 있는 이 현실에서 나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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