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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Aug 29. 2016

싱가포르는 매일이 페스티벌

 싱가포르 즐기기 #- Singapore Night Festival


“우와!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야외 광장에 모여
밤에 대놓고 맥주를 마시면서 놀아도 되는 거야?”  


8월 마지막 주말 저녁.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컴퍼스 그린 앞 광장은 신천지였다. 정부가 나서 지나친 음주를 통제하는 싱가포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무대에선 젊은 밴드 뮤지션들이 비트 강한 리듬을 만들고, 반짝이는 작은 조명 아래 형형색색 빈 백에 눕거나 긴 데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손에는 너나없이 맥주가 들려있다. 광장을 빙 둘러싼 팝업스토어 앞엔 밥과 술이 고픈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음악. 음식. 음주. 광장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리듬을 타고 흐를 수 있는 조건이 완벽했다. 물론 ‘야외 음주는 이곳 광장에서만 허용된다. 지나친 음주를 삼가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걸려 있었지만, 싱가포르니까 이해하자. 이곳뿐만이 아니다. 8월 싱가포르 5개 지구의 밤을 반짝이는 조명처럼 만들어 사람들을 빛을 찾아 날아드는 하루살이처럼 연소시켜 버린 싱가포르 밤 페스티벌(Singapore Night Festival)의 하이라이트!


#Night Lights Trails- 일루미네이션

LED 캔버스로 변한 싱가포르 예술 박물관(Singapore Art Museum) 건물. 숨죽이며 기다리던 관중들은 음악과 함께 물감이 흘러내리는 듯한 애니메이션 기법의 일루미네이션 아트가 시작하자 탄성을 지른다. 길 건너편 광장에서 바라보니, 헤드라이트를 켜고 박물관 앞 도로를 지나가는 버스부터 박물관 앞에 빼곡하게 서서 핸드폰 조명을 켜놓고 사진을 촬영하는 관중까지 모두 한 작품처럼 프레임안에 들어온다. 어릴 적 본 동화 속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 폴 댄싱의 세계로 초대받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가장 눈길을 잡아 끈 건 싱가포르 최초의 폴 댄싱 스튜디오라고 표방한 곳에서 하는 예술 폴 댄싱 쇼케이스(Pole Artistry). 인원 제한 때문에 서둘러 갔다. 신발을 벗고 들어선 스튜디오. 좌우 전후 2미터 간격으로 질서 정연하게 자리 잡은 폴, 전면 거울과 나지막한 무대가 눈길을 끈다. 잠시 후 15센티는 족히 되는 하이힐을 신은 사회자가 나와서 오늘 행사를 소개한다. 섹시하고, 충분한 운동도 되고,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 폴 댄싱의 다양한 매력을 전파하고자 마련했다. 18세부터 70세까지 학생들과 선생님이 총출동했다. 강렬하고 힘이 넘치면서 매력적인 폴 댄싱의 매력에 푹 빠진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다. 그중 가장 큰 환호성은 차분한 음악을 배경으로 손끝과 표정연기까지 우아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한 노부인들 차지였다. 대중 앞에 나선 용기도 멋졌지만 춤 자체도 정말 아름다웠다.

 


# 예술을 만난 박물관이 살아났다

고리타분하고 정적인 박물관이 싱가포르 밤 페스티벌을 만나자 살아났다. 무료로 개방된 박물관에 이날만큼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내외부를 조명으로 환하게 밝힌 박물관 안은 아티스트들이 색을 더해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변했다. 클래식, 포크송, R&B 등 연주가들의 공연으로 박물관에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했다. 아티스트 마켓이 곳곳에서 열려, 재능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테이블마다 선보였다. 재능 있는 연극인은 싱가포르 우표 박물관(Singapore Philatelic Museum)을 런던에 위치한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으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모두 순식간에 극의 한 장면에 빨려 들어갔다. 박물관 2층 테라스에서 하얀 잠옷바람으로 줄리엣이 나타났다. 1층 무대에 자라 잡은 로미오는 관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떻게 구애하면 좋을지, 여기저기 관중석에서 던진 단어들이 모여, 포복절도한 구애 멘트가 만들어진다. 박물관을 휘젓고, 관객들을 들었다놨다한 연기자들 덕분에 우표 속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속 인물들이 튀어나온 것 같은 밤이다. 이 밤 박물관이 살아났다.

# 콘서트장으로 변한 길거리- Armenian Street

아르메니안 거리(Armenian Street)는 저녁 7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차량이 통제됐다. 인도로 변한 거리는 방방 뛰면서 밴드 음악을 즐기고 싶은 군중들로 가득했다. 평범한 길거리의 오래된 건물은 조명을 받자 화려한 무대 장식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인근 스튜디오, 공원, 박물관으로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고 움직이면서 하나의 물결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 자리에 자리 잡고 그대로 에너지가 응집되어 가는 다른 페스티벌과는 달리 신선하다.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건물로, 샛길로, 공원으로 빠져나갔다가 들어온다. 새벽까지 새로운 밴드가 올라올 때마다 새로운 관객들과 마주하는 즐거움이 있다.  




싱가포르의 밤(Night)이 조명(Light)을 만나 빛난 페스티벌이다.



Singapore Night Festival: 올해 9회를 맞이하는 행사다.  8월 19/20일, 26/27일 주말 저녁 7:30-새벽 2:00까지  Bras Basah. Bugis(5개 지구)에서 열렸다. 올해의 '창조와 혁신'을 주제로 판타지가 공연, 비전통적인 예술인 조명예술과 만나서 다양한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모든 행사는 무료로 진행됐다.  

nightfest.sg

#sgnightf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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