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스두어 Sep 19. 2016

블루노트 재즈 페스티벌 in 재팬

재즈 즐기기#- 바닷바람 맞으면서 요코하마에서 재즈에 흠뻑 빠진 하루

하네다 공항에서 찾은 관광자료를 뒤적이다 눈에 확 들어온 "Blue Note Jazz Festival in Japan"! 계획하지 않았던 즐거움이었어요. 오이소 숙소에 짐을 풀고 블루노트 재즈 페스티벌 사이트에 들어가서 티켓 현황이랑 라인업을 살폈더니, Andra Day가 나온다고 하네요. 그날 밤 미리 출연진들 공연 현황을 유튜브로 보고, 당일 즐길 공연 체크업! 밤늦게까지 숙소 2층 베란다 시원한 바람 통로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미리 들었죠. 마음은 시간을 앞당겨 이미 요코하마 재즈 페스티벌 현장에 가 있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재즈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나라는 단연 일본이죠. 도쿄에는 블루노트, 코튼클럽부터 수많은 재즈클럽들이 있습니다. 요코하마에도 이렇게 재즈클럽과 재즈 팬이 많은지는 이번에 알았어요. 항구에 오래된 붉은 벽돌이 인상 깊은 창고 옆 공간에 무대를 세웠더군요.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하면서 멋진 배경을 장식해주고 있어요. 사람들은 블루노트 로고가 박힌 가방 하나씩 메고, 손목에는 띠를 차고 슬렁슬렁 입장을 하네요. 서울 재즈 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여긴 좌석이 있다는 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오셨다는 거? 신기하더라고요. S석, A석은 무대 앞쪽으로 줄지어 놓인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관람하고, 스탠딩은 메인 무대 뒤편에서 멀리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도 메인 무대 정 반대편에 위치한 세컨드 무대는 스탠딩 좌석 사람들도 무대를 코앞에서 볼 수 있으니 나쁘진 않아요. 여기도 푸드 바도 있고 좁지만 잔디밭에 자리 깔고 신발 벗고 옹기종기 앉거나 누워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마사지샵도 열렸습니다.


이날의 라인업은 Earth, Wind & Fire, George Benson, Marcus Miller가 메인무대를 장식했어요. 세컨드 무대는 Andra Day, MISIA X Takuya Kuroda, Gogo Penguin. 일반인에게도 공개한 미니 무대에는 루키들의 공연이 이어졌죠. 역시 엔딩은 Earth, Wind & Fire! 어둠이 내려앉은 요코하마 항구. 대형 크루즈선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밤의 벨벳 커튼에 반짝이는 조명이 스테이지에 불을 밝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무대가 연출됐습니다. 무대 스크린에 현란한 기존 공연과 라이트 아트가 펼쳐지면서 드디어 그분들이 등장했죠. 여유만만. 페스티벌의 엔딩은 어때야 하는지 보여주시더군요. 메인무대 끝까지 사람들이 꽉 찼는데, 스탠딩 관객 모두가 두 팔을 위로 올려 흔들면서 그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Marcus Miller가 깜짝 선물로 함께 무대에서 기타 연주를 시작하자 잔디밭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오고 모두가 흥겹게 몸을 흔들기 시작하네요. 저 바다 너머까지 넘실넘실 음악이 흘러갈 것 같은 밤이었어요. 크루즈가 공연 중간에 떠나는데, 그 뒤태가 너무 아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좋았던 공연은 바로 Andra Day! 세컨드 무대 바로 앞에서 그녀를 만났죠. 밴드가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 무대에 등장을 하는데, 여배우가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 그때부터 한 편의 드라마가 시작됐어요.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호소력 짙은 연극, 뮤지컬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노래마다 강력한 스토리가 있는데, 그걸 목소리로 온 몸으로 표현하더라고요. 퍼포먼스가 완벽했죠. [No Make-Up]을 부를 때는 갑자기 메이크업을 지우고 진실된 모습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면서, 물티슈를 가져와 관중들을 보면서 입술을 문질러 립스틱을 닦아내고, 뺨과 눈 화장까지 지워내려 가기 시작하더군요. 나중엔 귀걸이도 빼버리고... 우리 모두 지금 도움이 필요한 가까운 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자는 [Rise Up]부터, 온몸으로 부르짖듯이 호소하는 [Forever Mine]까지... 관중들이 모두 Andra Day의 강력한 팬이 돼버렸어요. 우리 모두 가장 열광했던 공연이었어요. 디바의 출현!


가장 신났던 공연은 루키 스테이지에 등장한 [The Hot Sardines]. 뉴욕에서 온 빅밴드예요. 1920-40년대 올드 재즈를 레트로 스윙으로 만들어서 세련되게 연주합니다.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몰라요. 모두가 스윙댄스를 춰야만 할 것 같다는. 관객들과 소통할 줄 아는 매력적인 보컬. 흥이 넘치면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다리를 꼬고 앉기도 하면서 무대에서 중후한 매력을 풀풀 풍기는 피아노 연주자. 고불고불한 수염을 기른 채 첼로를 빙빙 돌리고, 탭댄서는 중간중간 온 팔을 흔들고 신발을 바닥에 두드리면서 온몸으로 흥을 발산했어요. 트롬본, 색소폰, 클라리넷 연주자들은 중간중간 코러스까지. 모두 멋진 레트로 양복을 쫙 차려입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는데, 바라보던 관중도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지는? 그래서 스윙은 춤을 불렀던가봐요. 저도 모르게 발이 스텝을 밟고, 어깨가 들썩들썩! 블루노트 재즈 페스티벌에 젊음과 유쾌함을 더해준 팀입니다.


재즈 페스티벌이 가져다준 행복한 기운 가득 담아 돌아가는 길, 운 좋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Andra Day를 만나 사진 촬영까지 했어요! 이런 행운이라니! 금주 그녀의 서울 공연이 너무 기대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의 한낮엔 요가가 제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