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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Mar 17. 2017

샌프란시스코 브랜든 집에서 주크박스를 틀다

음악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열정적으로 즐기는 사람은 쿨하다. 에어비앤비에서 브랜든의 집 사진을 본 순간. 바로 결정했다. “브랜든의 집에 묵자!”


 아파트 사진을 보면 브랜든이 뮤지션임을 바로 알 수 있다. DJ 턴테이블, 빈티지 펜더 로즈 전자피아노, 깁슨 통기타, 산수이 오디오, 스피커, LP, CD, 스피커... 1952년형 주크박스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샌프란시스코에선 이 집에 묵어야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늦은 밤 아파트에 들어서 브랜든이 아까는 뮤직 컬렉션을 살펴봤다. 집안 곳곳 음악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거실 테이블도 잘 살펴보니 빈티지 붐박스(boombox)다. 창문과 침대가에 놓인 아기자기한 물품까지 오랜 기간 하나씩 모은 음악 소품들로 가득하다. 냉장고 위에는 꼭 찾아가야 할 레코드 가게가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브랜든의 집에서 가장 기대가 된 건 주크박스다. 어릴 적 즐겨보던 할리우드 영화에선 다이너 클럽에 들어선 사람이 주크박스에 동전을 넣자, 미니 LP가 제자리를 찾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서 춤을 췄다. 그 장면을 상상하며 주크박스에 손을 대는 데, 조작방법을 알 수가 없다. 결국 밤늦은 시간이지만 브랜든에게 SOS 메시지를 보냈다. 버클리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던 브랜든은 귀찮아하지 않고, 40분 후 친구와 함께 숙소로 찾아와 줬다.

 브랜든은 전형적인 미국 젊은이다. 건장한 체격에 깔끔한 청청패션, 북유럽 사람처럼 묶은 머리 스타일, 순한 눈빛에 코밑을 다 가린 수염. 힙스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브랜든, 의외로 켄터키 출신이다. 음악을 좋아해서 뉴욕을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게 됐다.


 “난 정말 음악이 좋아. 여행을 떠날 때도 음악과 떨어질 수 없어. 현지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의 집에 머물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을 거라 생각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선 내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쉬다 갔으면 해."라며 집을 공유하는 이유를 말한다.  

 식사 중에 브랜든이 친구랑 와서 자연스럽게 와인을 마시며 악기들을 하나씩 같이 탐험해봤다. 시작은 물론 주크박스부터. 전원을 넣고 브랜든의 손길이 닿자, 주크박스에 노란색 초록색 오렌지색 불이 들어오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기한 마음에 주크박스 옆에 대충 쌓아놓은 전용 미니 레코드를 뒤적여서 마음에 드는 음악들을 골라 계속 틀어본다. 옆에선 친구가 피아노 앞에 앉아 쑥스러워하면서 짧은 연주를 해본다. DJ 턴테이블이 신기해서 어떻게 하는지 좀 보여달라고 하자, 브랜든이 곤란해한다. 기계가 예민한지 며칠 전에 머문 게스트 실수로 고장이 났다. “진짜요? 디제잉할 줄은 알아요? 진짜 뮤지션 맞아요? ”하고 우스개 소리를 던졌다. “그럼 흉내라도 내볼까?” 라며 장난스럽게 포즈를 잡는 바람에 웃음이 터졌다.

 브랜든은 오늘 날씨가 좋다면서 옥상에 올라가자고 권한다. 시빅센터 근처 샌프란시스코의 멋진 야경을 품은 옥상에서 화덕에 불을 켜고 브랜든이 꿈꾸는 음악여행에 대해 들었다. 조만간 친구와 함께 미니버스를 하나 개조해서 음악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주말 동안 근교로 떠나는 여행이다. 버스 외관은 음악을 주제로 디자인하고, 운전은 친구가 맡는다. 브랜든은 여행 내내 음악 DJ이다. 서로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며 이동하고, 길 위에 멋진 풍광이 보이면 멈춰서 기타 연주도 하고, 저녁엔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악 로드여행! 브랜든의 꿈이다. 이제 여행객들이 자신의 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함께 음악여행을 떠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길 원한다.


 멋진 꿈을 이야기하는 브랜든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불빛을 받아 황홀하게 보였다. 음악이라는 열정의 원천을 발견하고 열정에 불을 지피며 살아가는 브랜든이 멋지다. 다음 샌프란시스코 여행길에도 브랜든의 집에 머물며 음악여행 후일담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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