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수 Aug 07. 2024

카카오테크 캠퍼스 2기 강의 회고

강사로 참여한 카카오테크 캠퍼스 2기 안드로이드 과정이 끝났습니다.

6주간 반복되던 일정이 사라지니 갑자기 시간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 8월 1일이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그 사이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던 지난 시간을 간략하게 회고해 보려고 합니다.


1) 수업 방식

전체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육자로 전향하기 전에 15시간 분량의 녹화 강의를 해봤습니다. 현재 우아한테크코스는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합니다. 작년에 캠퍼스 사정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강의도 극소수 있긴 합니다만 오프라인이 기본 기조입니다.


온/오프라인 수업은 각각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강사와 교육생 간 소통이 좀 더 원활합니다. 저처럼 내향적인 사람은 온라인에서 채팅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는 차원에서는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텍스트로 남는다는 것에 더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는 단계이니 틀릴 수도 있고 바보 같은 질문도 좋다고 강조했지만 교육생 입장에선 그걸 깨기 어렵다는 것은 십분 이해합니다. 확실히 오프라인이 수업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좋고, 질문 후 대답을 기다리면 어색한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누군가 입을 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강사와 교육생 간 유대감을 쌓을 기회가 많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오다가다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얼굴도 익게 되고 이름도 알게 됩니다. 그러한 유대가 결국 더 적극적인 수업 참여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 부분이 사실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아쉬웠습니다. 제가 내향적이고 낯가리는 사람이지만 저와 인연을 맺은 교육생들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또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제 바람을 전달할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물론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를 열정적으로 하는 것도 그런 바람을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 보니 한정된 강의 시간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많아 강의 시간에는 정말 강의만 하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강의가 아닌 방식으로 유대를 쌓을 기회가 더 적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온라인의 장점은 긴장을 덜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늘 긴장되는 일입니다. 저에게 그런 부담감은 어떤 목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랐습니다. 만약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개인적 경험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자리라면 부담이 적었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강의는 명확한 사실에 대한 전달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생들은 강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겁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그래서 혹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까, 실수할까 하는 부담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환경에서는 침착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이번에도 소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오프라인보다는 덜 허둥대었던 것 같습니다. 실수는 당연히 할 수 있고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도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다만 여전히 당황스러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걸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된 것이 온라인이라는 환경이었습니다.


2) 개인적인 만족도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강의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강의를 할 때 처음보다 안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 또한 온라인의 영향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날카로운 질문으로 강사를 괴롭히는(?) 교육생이 거의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분위기 덕택에 제 입장에서는 좀 더 심적으로 편히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심화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본업인 우아한테크코스 수업 후에는 만족감이 드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너무 쉬운 것을 다뤘나?', '좀 더 심화된 내용이 있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아한테크코스의 교육생을 크루라고 부릅니다.

제가 크루들을 과대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테크 캠퍼스의 수업은 거의 대부분 스스로 만족스러웠습니다. 10점 만점에 8점은 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 수업은 5~6점 정도 줄 수 있겠네요. 아마 내년엔 더 높아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3) 만족도의 이유

카카오테크 캠퍼스의 교육생을 쿠키즈라고 부릅니다.

쿠키즈들은 제가 종종 현재 상태를 확인했을 때 본인들이 초보자임을 확실히 어필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 제가 확실히 그렇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초보자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것만 가르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개념을 학습할 때 해당 개념에서 가장 '쉬운' 부분인 기초 부분을 '쉽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강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미리 삽질을 대신해 주는 것'입니다.


처음 어떤 개념을 배울 때 마주칠 수 있는 허들을 먼저 넘어보는 겁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허들을 치워주거나 적당한 높이로 조절해 줘야 합니다.


그 후 만나는 허들에는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면서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미리 삽질하는 고통을 겪은 과정이 잘 전달된 것인지 피드백에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좋은 말들도 많았지만 저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준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4) 강사로서의 성장

쉽게 정제된 강의를 제공할 때 드는 두려움은 수강하는 입장에서 '너무 쉬운 내용이라 그냥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시간을 들여 수업을 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입니다. 정제하는 고통의 과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물론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내용도 있을 겁니다. 다만 2시간 걸릴 것을 1시간으로 줄여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교육생을 과대평가해서 그런 것이지 초보자에겐 쉬운 내용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이 증명된 것이 이번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피드백은 매주 수집합니다. 위 결과는 그중에 어떤 주차의 결과입니다. 해당 주차 외에도 전반으로 적절하다는 답변에 평이 몰려 있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분포를 그렸다고 자평해 봅니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부정 의견이 없었던 주차가 두 번이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절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정 의견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더 나은 강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귀찮아서 피드백을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저에겐 굉장히 의미가 깊었습니다.


보통 개발을 잘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강의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라면 '미리 삽질한 시간'이 오래되어 기억이 흐릿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처음 입문할 때 허들의 높이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죠. 지금은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것을 경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잘하는 개발자가 아닌 것이 교육자로서 장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초보자의 고통을 더 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쉽게만 학습하도록 하면 결국 저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그것은 잘하는 동료들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고통의 과정도 필요합니다.



기초의 문턱을 넘게 도와주면 그 후 응용과 심화는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추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한 장치로 처음 허들을 넘는 것만 도와주고 도전해 볼만한 과제나 고민해 볼만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카카오테크 캠퍼스를 준비하면서 정말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과정 전체 주기를 혼자서 하는 경험, 온라인 강의 경험, 우아한테크코스와 시간 차를 두고 반복된 강의를 통한 학습 효과 및 강의 적응도 상승, 강의의 큰 주제에 맞춘 클론 코딩 예제를 작성하며 오랜만에 개발에 쓴 시간... 하나같이 모두 소중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소중한데 사실 당시엔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5) 마무리

저의 만족과 성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쿠키즈에게 도움이 되었는가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 역시 피드백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 주에는 당연히 처음이니 기초적인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쿠키즈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일종의 탐색전이죠. 그렇다 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비슷하다는 소수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아래 결과는 첫 주의 피드백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피드백의 양상은 달라졌습니다. 아래와 같이 점점 지식과 프로그래밍 스킬 모두 향상되었다는 답변이 많아졌습니다.



이 결과가 곧 쿠키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쿠키즈들의 성장에 저는 일부분 도움을 준 것이고 함께 교육자로서 참여한 실습코치님, 멘토(리뷰어)님들 공이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더불어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신 모든 관계자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저는 쿠키즈 여러분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힘들지 않길 바랍니다. 앞으로 개발자로 살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요? 본인이 컴퓨터 앞에서 코딩을 잘해야 행복할까요? 맞습니다. 분명 잘하면 행복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