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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글쓰기: 생산성과 사색의 경계

by 서준수

어떤 이미지는 보는 순간 AI가 생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람의 그림체처럼 AI도 묘한 특유의 AI체가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왠지 모르게 AI가 쓴 글 같다는 느낌을 주는 문체가 있다.


이것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럴 자격도 없고, 블로그에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잘 사용하고 있다. 예술의 분야로 봤을 때 사람이 아닌 AI의 결과물이라고 하면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잘 그린 이미지일 경우에는 감탄을 할 때가 있다.


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AI가 작성한 글이더라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취미로 글을 쓰는데, 직접 쓰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AI를 글쓰기에 활용하지 않는다. 만약 결과물을 내는 것에 중점을 둔 글쓰기에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AI는 오히려 좋은 도구다.


AI를 활용하면 아주 빠르게 결과물이 나온다. 심지어 잘 쓴다. 문장이 깔끔하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읽기 편하다. 이미지는 아직 어색한 경우가 많지만, 글은 내용의 진위성과 별개로 결과물이 좋다.


실제로 AI가 쓴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을 주는 글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체 같은 느낌이 들지만 잘 썼다. 나도 저렇게 쓰면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걸까?' 이건 어딘가 이상한 생각이다. 만약 내가 결국 AI를 흉내 낸다면,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그리고 그게 좋은 글로 평가받는다면, AI는 또 그것을 보고 학습하지 않을까? 결국 AI체만 남게 되는 걸까?


AI의 결과물이 사람의 결과물을 학습한 결과라는 관점에서는 현재 결과물은 잘 쓴 어떤 사람의 유산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니 잘 쓴 사람의 결과물을 보고 학습-앞서 흉내라고 한 부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것을 그렇다고 인정한다면 결국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AI체만 남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나에게 있어 이것이 글쓰기의 본질적인 재미다. 그래서 이 재미있는 일을 AI에게 넘겨줄 생각은 없다.


무분별한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런 글쓰기는 게임으로 치면 방치형 게임과 같다. 그런 게임은 편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또한 그것만의 재미가 있다. 그런데 여전히 어려운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에 아마 글쓰기도 AI에 의존하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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