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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나

by 서준수

벌써 7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저는 이번 달에 4주간 출산 휴가를 가졌습니다. 8월부터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데요. 이 회사에 와서 월요병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출근하려고 해서 그런지 살짝 월요병이 다시 찾아온 느낌입니다. 물론 내일은 금요일이지만요.


휴가라고 했지만 육아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초보 아빠라 뭣도 모르고 4~5시간을 안아서 재우기도 하고, 인간 속싸개가 되어 새벽 4시까지 아이가 깨지 않게 살포시 감싸고 있기도 했습니다.


수면도 부족하고, 종일 육아에 올인하다 보니 점점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낳은 것도 아닌데 왜 산후 우울증이 오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면 교육을 시도하여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조금 개인적인 시간도 낼 수 있었는데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루틴을 만들고 무념무상 실행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좌절감을 맛볼 수 있으니 아주 작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바로 10분을 활용하는 겁니다. 일단 10분을 목표로 하면 달성하기 쉽고, 더 나아가 시작을 하면 10분 이상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번째 10분은 기존에 하고 있던 '하루 10분 독서 챌린지'를 지속하는 것이었습니다. 10분 이상 읽은 날도 꽤 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추이를 보면 대략 한 달에 1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 달에 300분이니 5시간가량 되네요. 저는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데요. 5시간에 한 권이라니! 오히려 끊어 읽으니 더 집중이 되나 봅니다.


두 번째 10분은 '달리기'입니다. 과거엔 단축 마라톤도 나가보고 달리기도 꾸준히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최근엔 달린 적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제가 건강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육아할 때 손목과 허리에 부담이 가뜩이나 많이 가는데 바디 프로필을 준비할 때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상한 손목과 허리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달리기가 허리에 좋다고 알고 있어서 오랜만에 다시 달렸습니다. 아직 2km가 되지 않는 거리를 달리고 있지만 점점 늘 거라고 기대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 중입니다. 덤으로 30분 이상 걷기를 하게 되니 10분의 시작이 40~50분의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네요.


지키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바로 공부하기인데요. 2주간 1시간 가량의 강의를 본 것이 전부입니다. 이걸 지키지 못한 이유는 공부해야 할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했고, 유튜브를 봤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도 15분짜리 영상을 5일에 걸쳐서 겨우 다 보기도 했습니다. 공부하기도 10분 전략을 도입해 봐야겠습니다.


그 외에 한 일도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스터디를 운영했고, 두 번의 외부 멘토링을 다녀왔습니다.


육아가 힘들다고 들었지만 직접 경험하니 또 다르네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새삼 더 대단해 보입니다. 요즘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를 보면 저 아이도 신생아 시절이 있었겠지, 저 부모도 지금 이 시간을 견뎌냈겠지.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시 출근하면 지금까지 지켜온 루틴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육아와 나.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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