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찾기, 자동차 정비
2021/1/28 일기
1
오늘 두 권의 책을 조금씩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뮤지션 요조의 에세이다. 공교롭게도, 두 책 모두 추천사를 이병률 시인이 썼다. 오늘 페북에서 본 책 소개글에도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가 언급되어 있었던 게 기억났다. 하루 동안 한 사람이 추천사를 쓴 세 권의 책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이병률 시인은 많은 책에 추천사를 썼을 것이다.'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대체 얼마나 많은 추천사를 쓴 거야? 난 그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 서재에 꽂힌 책들을 뒤적거렸다. 예상과 달리, 내 서재에선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엔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이병률 추천사'라는 키워드 아래로 많은 게시물이 줄을 섰다. 역시나 그는 많은 책에 추천사를 썼다.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블로거는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를 보고 책을 샀다고 했다. 책을 사게 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작가였구나. (난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다.) 여러 출판사가 추천사를 의뢰할 정도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작가라는 점에서, 좀 부럽기도 했다. 어떤 책에 추천사를 쓸 정도의 작가가 되는 걸 작은 목표로 잡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면 '추천가'라는 틈새 직업이 하나 더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병률 추천사 찾기는 순전히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내 서재의 책들을 뒤지면서, 나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들긴 했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책을 뒤적이면서 생각한 한 가지, 보통 책의 뒤표지엔 추천사나 본문의 내용이 들어간다. 내 책에 나의 추천사가 들어가면 어떨까. 좀 이상한가. 사람들이, 아니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2
자동차 정비소 방문을 했다. 몇 달째 경고등이 떠있었고, 엔진 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걸 느꼈다. 지난여름에 동네 정비소에 갔을 땐 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전에 포스팅한 적도 있다. 동네 정비소에선, 엔진에 매연이 가득 찼는데, 고속 주행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그러고 강원도 여행도 다녀왔다. 고속도로에서 액셀을 팍팍 밟아가며.
그런데 오늘 쉐보레 정비 본점에 가서 점검을 받으면서, 전혀 다른 얘길 들었다. 엔진에 공기를 공급하는 관이 터져서 공기 공급이 절반밖에 안 됐을 것이라는. 그래서 출력이 떨어지고 매연이 많이 발생해서 매연 거르는 필터가 재생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고. 수리비는 백만 원쯤 나올 거라고. 더 놀랐던 건 증상이 있고 바로 왔으면, 훨씬 나았을 거라고 했다. 분명 정비소 갔다고요, 다른 처방을 받았지만요.
차를 맡기고 실로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느꼈던 행복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차가 없었던 이십 대엔 데이트하려고 교외로 나갈 때면 늘 버스를 탔다. 나란히 앉아 좁은 공간에서 숨 쉴 공기를 공유하며 조곤조곤 대화를 주고받던 순간은 얼마나 설레고 즐거웠던가. 그 순간은,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이 극대화되었었다. 함께 버스를 타고나면 서로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서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올 때, 옛 추억들도 터덜터덜 길바닥에 떨어졌다. 차도 없고 설렘도 없었다. 그리고 곧 백만 원도 없어진다.
3
저녁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다. 아까 사둔 옛날식 토스트를 먹고 싶어서 소화제를 먹었다. 빨리 속이 편안해져야 토스트를 먹을 수 있을 텐데. 입맛을 다시며 맛을 상상만 한다. 장금이도 아닌데 맛을 그리기만 한다. 토스트 꼭 먹고 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