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차 논문 프로포절을 마쳤다.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온라인 줌 미팅에서 예상치 못한 하울링이 발생해 다시 세팅하느라 시작이 지연되었다.
두 명의 발표자가 나보다 먼저 발표를 마쳤고, 마지막 순서로 발표를 진행했다.
준비한 대로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었고, 심사위원들의 코멘트 역시 크게 예상 밖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연구 주제와 거리가 있는 심사위원 한 분은 시간을 줄이고자 사용한 축약어에 대해 ‘너무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와는 별개로, 내가 가장 긴장했던 심사위원으로부터 받은 코멘트는 이번 프로포절에서 가장 의미 있는 피드백이 되었다.
이 심사위원은 나의 연구가 가진 통계적 한계와 어려움을 명확히 지적하면서, 긍정 또는 부정 효과의 유의미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변수를 추천했다.
흥미롭게도, 추천받은 이 변수는 초기 문헌 탐색 과정에서 자주 마주쳤던 것이었고, 내 가설에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따로 폴더를 만들어 자료를 모아두었던 것이었다.
심사가 끝난 직후 지도교수님과의 통화에서 이 새로운 변수에 대해 상의했다.
교수님은 적극적으로 이 변수를 활용한 플랜 B를 제안하셨고, 나 역시 이 변수가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연구라는 것은 애초에 완벽히 예측 가능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유연하게 마주하며 그 속에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예측 밖의 변수를 자연스럽게 연구에 녹여내는 유연성이야말로 내가 얻어야 할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심사에서 내 연구 주제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나니 긴장감이 서서히 풀렸다.
심사가 끝난 후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당장이라도 그 새로운 변수를 탐색하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났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숨을 고를 기회를 주고, 원래 계획대로 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천천히 식사를 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쳤다.
문득 논문을 다 끝낸 어느 날의 평화로운 일상이 떠올랐다.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연구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