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부터 봄이 온걸 금세 알아차렸다.
특별히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한 살씩 먹어갈수록 봄을 알아차리는 것도 빠르고 쉽게 터득했다.
그 해, 봄마다 나는 봄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왜냐면 봄은
내가 가지고 있던 어렴풋한 어린 시절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해 질 녘 하늘이 빨갛게 남기고 간 흔적을,
엄마의 등 뒤에 업혀
나지막한 엄마의 노랫소리와 함께 바라보았다.
어린 나에게 하염없는 시간이 주워졌을 때,
강아지 풀이 무성한 학교 뒤뜰에서
민들레 홀씨를 공중에 띄워 봄에게 편지를 보냈다.
솜사탕 아저씨가 연보랏빛 구름을 만들고 있을 때
달콤한 맛을 상상하며 그렇게 봄의 기억을 고이 묻어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멍하니 바라본 하늘에서 다시 봄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까먹지 않으려고
봄이 가져다주는 바람 소리, 공기의 느낌, 습도의 모습을 기억하려 했다.
그 뒤로는 더 또렷하게 봄을 기억해내곤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봄이 온 걸, 나는 잘 안다.
시간이 한정적으로 내게 주어졌다는 걸 안 순간부터
마지막 하나 남겨 둔,
아껴둔 과자를 먹을까 말까 애달픈 어린아이처럼
짧은 봄이 스쳐 지나가기라도 할까 봐
나는 그렇게 봄을 기다리고 봄이 왔을 때,
누구보다 맞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잘 안다.
봄이 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