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을 이야기하는 이유
저는 한국의 신화를 공부하는 연구자입니다.
한국의 신화 중 많은 수는 굿에서 무당이 부르는 노래, 즉 무가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굿을 보러 갑니다. 굿판의 구석에 앉아 카메라와 녹음기를 틀어놓고 무당과 굿을 의뢰한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제가 굿을 보러 다닌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고민이 있을 때 물어 옵니다.
"신점 잘 보는 무당 알아?"
또, 자주 듣는 질문이 있으니 그건 바로 "너는 신점 봐봤어?"
놀랍게도 저는 신점은 본 적이 없습니다. 무섭거든요.
여러분들은 왜 점을 보러 가세요? 인터넷에서 신점의 후기에서 '무당이 용하다'는 평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무당의 용함은 과거의 내 행적을 적중하는 걸로 판단하지요.
"작년에 자리를 옮길 일이 많았네."
"어떻게 아셨어요? 저 작년에 이직했는데!"
그렇게 무당은 자신의 '용함'을 증명하곤 당신이 궁금한 것에 대해 말해줄 겁니다. 바로 우리가 궁금한 '미래'.
우리는 용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가 말해주는 미래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늘 우리가 바라는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건강, 합격, 성공. 우리가 바라는 이 말의 반대말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불운이 코앞에 와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터덜터덜 그곳을 걸어 나온 후 무당의 예언을 잊을 수 있나요? 그 후로 작은 불운이 기웃거릴 때면 웃어넘길 수 있을까요?
여기서 무속의 진위를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자는 것이지요.
평소 무속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점을 보러 갔다면 당신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 간절한 무언가에 대해 '용한' 무당이 "큰일 났어"라고 말한다면 당신의 마음은 고요할까요?
무속에는 나쁜 일이 닥쳤을 때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원인을 찾아야 해요. 귀신이나 나쁜 기운이 원인이라면 그것을 떼어내야 하고, 조상이 화가 났다면 대접하여 달래야겠지요. 신을 즐겁게 하여 행운을 기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부적을 쓰거나, 푸닥거리 혹은 작거나 큰 굿을 해야 합니다.
나에게 혹 불운이 닥쳐온다 했을 때, 당신은 굿을 할 용기가 있나요?
저는 없습니다.
그러나 불운의 징조를 못 본척하고 태연하게 살아갈 용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미신은 좋아해요.
저희 집 현관문 위에는 액막이 명태가 붙어 있고, 머리는 꼭 남쪽이나 동쪽에 두고 잡니다. 그 외에도 기타 등등...
미신에는 이런 말이 곧잘 따라붙죠.
'믿거나 말거나'
'해서 나쁠 것 없으니까'
'별로 어렵지도 않고'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뭐. 하지만 하면 좋으니까. 저는 딱 그 정도의 무게감이 좋아요. 기왕이면 잘 살고 싶은 마음. 기왕이면 내 친구도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마치 영양제 같은 딱 그 정도의 효능감. 혹자는 영양제로 섭취하는 비타민C는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덜 피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오늘도 입안에 비타민C를 털어 넣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소소하게 미신을 실천합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딱 그 정도의 무게감으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실천하고 있는 미신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자꾸만 하게 되는 '미신'. 저와 함께 한 번 알아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