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머니와 엄마의 정성

by 으그흐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아는 신은 아마 삼신할머니가 아닐까? 그러나 캐묻는다면 삼신이 누구인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일단 첫 번째 질문, 삼신은 몇 명일까요?

셋? 하나?


정답은 셋이기도 하고,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미스터리는 ‘삼’을 해석하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숫자 삼(三)이라 보는 이는 셋이라 하고, 포태를 의미하는 ‘삼’으로 볼 경우 하나라 하는 것이지요.


삼신은 아이를 점지하고, 아이가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돌봐주는 신입니다.



최근에도 삼신에게 기도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나요?


수년 전 친구가 아이의 백일을 맞아 삼신상을 올린다 하였습니다. 평소 미신과는 거리가 먼 친구였던 터라 어떻게 알고 하냐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맘카페에서 봤어. 다들 하더라고.”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웬만한 병은 병원에서 고칠 수 있다는 이때에도 삼신상을 차린다니. 구미가 당긴 저는 맘카페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엄마들은 정말 열심히 삼신상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꼼꼼히 정보를 확인하고 금기를 지키며 빌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너무 꼼꼼히 하다 보니, 과거엔 없었던 금기와 규칙을 잔뜩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겁니다.


과거엔 삼신상 차리는 법에 대한 지식은 엄마에게서 엄마로 전승되었습니다. 하라는 대로 따라 하고, 궁금한 건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맘카페의 엄마들은 모두가 초보입니다. 다들 카페에서 보고 배웠기 때문에 삼신상 차리는 법에 자신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지요.

대신 서로의 경험을 활발히 공유합니다.

“저는 국이랑 밥 세 개씩 뒀어요.”

“저는 방향은 안 따지고 그냥 놨네요.”


초보 엄마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우리의 삼신상’을 완성합니다. 과거의 것과는 다르지만 엄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삼신상.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삼신상에 올릴 나물 준비하는데 맛있게 한다고 습관대로 마늘 잔뜩 넣고 간 팍팍해버렸는데 어떡하죠ㅠ 삼신할머니가 이해해 주시겠죠?”


삼신상을 차릴 땐 여러 가지 금기가 있어요. 심지어 최근엔 금기가 더 많아져서 지켜야 할 게 여간 많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은 종종 실수를 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맘카페에 글을 올리는 겁니다. 괜찮겠죠 하고.


맘카페는 유대가 끈끈한 곳이어서 그럴까요. 모두가 말해줍니다. “엄마의 정성이 제일 중요하죠~ 삼신할머니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그럼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삼신할머니 그런 사람 아니에요. 집에 못을 박아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아이의 눈을 멀게 하고, 정성이 부족했다고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던 신이에요.


삶에 시련이 생기면 사람들은 신의 의중을 헤아립니다. 나를 성장시키려 이런 실패를 안겨주셨구나 하며 내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고난이라 여깁니다. 마치 우리가 회복을 위해 무섭다 몸부림치는 강아지에게 주사를 놓듯, 고통 또한 신의 사랑과 큰 뜻이 담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삼신에겐 그런 무조건적인 큰 사랑은 없었을 겁니다. 생명을 대하는 중요한 일을 하지만 그 또한 한국의 신이니까요. 나에게 잘해주는 자에겐 복을, 그렇지 않은 자에겐 벌을.


우리가 삼신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인지 오늘날 삼신의 이런 면모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엄마가 정성만 보인다면 모든 실수를 눈감아주고, 보듬어주는 자애로운 존재라고들 말합니다.


엄마들이 실수를 해도 아이에게 큰일이 생기지 않는 것 보면 삼신할머니의 심성이 자애로워진 걸지도, 아니면 그의 힘이 많이 약해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이것이 다 미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안 하면 찜찜하고, 남들이 다 하니 차리는 삼신상은 정말 엄마의 정성이면 충분한 것일지도요. 다만 새로이 생겨난 금기들 속에서 ’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수많은 덕목의 압박이 느껴집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하지 않아도, 남들이 하라는 대로 키우지 않아도 좋은 엄마일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오늘날 삼신상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조건 혹은 엄마의 정성을 자랑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가는 듯해 조금은 찜찜합니다. 신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없던 시절 산모에게 영양분을 제공했던 삼신상이 산모를 더욱 괴롭히는 것이 된 것만 같아서요.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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