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행운을 선물합니다

액막이 명태에 담아 전하는 마음

by 으그흐

집들이 선물이 선물로는 무엇이 좋을까?

대표적인 것은 이솝의 핸드워시다. 한 작가가 친구의 새집에 놀러 갔다. 첫 자취집이다 보니 아직 살림살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때였다고 한다. 함께 밥을 먹을 테이블도, 수저도 없어 배달시킨 음식을 박스 위에 올려두고 먹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는 이솝 핸드워시만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손 비누라는 것은 그 용도가 매우 특별해서 다른 비누로도 대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솝의 핸드워시는 버젓이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솝 핸드워시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 뛰어난 제품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명 ‘힙한’ 가게들에서 놓여 있었고, 여러 마케팅 끝에 어느새 이솝 핸드워시는 그것이 놓여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그 공간이 ‘좋은 집’이자 ‘센스가 있는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힘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선물을 고를 때 상대와 더불어 선물을 주는 ‘나’도 고려한다.

이 선물을 주면 상대가 잘 쓸까? 좋아할까? 와 더불어, 너를 헤아리는 나의 마음을 알아줄까? 내가 감각 있다고 생각할까?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기꺼이 내 마음의 에너지와 시간을 쓸 상대라면 고심해 선물을 고르겠지만, 그러지 않을 사이라면 이솝 핸드워시를 고르면 된다. 그것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 좋은 물건이라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니까.

"나는 사회에서 ‘센스 있는 선물’로 합의한 걸 주기로 했어. 이것을 네 화장실에 놓아 좋은 집임을 뽐내보렴."



최근 새롭게 부상한 집들이 선물이 있다. 이솝처럼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선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분명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액막이 명태'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액을 막아주는 명태 모양의 장식품이다. 액을 막아준다니 무시무시한 것이라도 있을 듯싶으나 실상은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에 흰 실을 감은 아주 단순한 형태다. 물고기는 나무, 천, 플라스틱 다양한 것으로 만들지만 모양인 대개 비슷한, 그냥 물고기 모양이다.


예로부터 눈을 감지 않는 생선은 나쁜 기운과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한다.

명태는 눈을 감지 않는 생선이기 때문에 굿이나 고사와 같은 의례에서 곧잘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명태가 아니라, 명태를 말린 북어다. 흐물흐물한 명태를 들고 춤을 추거나, 싱싱한 명태를 천장에 매달아 두었다간 악취가 진동할 테니, 명태를 바싹 말린 북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집.jpg 저희 집 대문 위에 있는 액막이 북어입니다. 제법 진짜 북어 같죠?


북어를 문 근처나 마룻대에 매달아 두어, 북어가 나쁜 것으로부터 집을 지켜주기를 바라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들어와 있는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감시하게 하였다.


오래된 가게에 들어가 보면 종종 천장에 북어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액막이 명태' 조형물을 선물하기 즐기는 이들도 실제를 맞이하면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아이코, 저건 집에 못 두겠다며.


가게.jpg 가게에 달려있던 진짜 북어


이사한 집에 누군가가 명주실을 감은 북어를 가지고 와 '집들이 선물이야'라고 한다면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귀여운 캐릭터와 같은 형태의 물고기에 실이 감긴 '액막이 명태'를 가져와 집들이 선물하는 것은 귀엽고, 고마운 선물로 여겨진다. 진짜 북어는 조금은 무섭고 부담스럽지만, 액막이 명태는 좋은 기운이 깃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그냥 귀여운 조형물인 것이니까. 마치 이름에 '행운'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선물하는 나무 '행운목'처럼, 너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나의 마음을 귀여움에 담아 전할 수 있으니까.


액막이 명태는 어느덧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가볍게 상대의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선물로.



옛사람들이 말린 북어를 문 위에 붙이며, 그것이 집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는 (이미 죽었음에도) 북어에 명태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혼이 깃들었던 신체에 이젠 영혼이 없더라도, 마치 혼이 살아있는 것처럼 계속 기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액막이 명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것은 생명이었던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절 입구에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사천왕이 절 입구를 보호하듯, 명태의 혼이 깃드는 것일까?

당신의 집에 액막이 명태를 달아두세요! 그렇다면 그곳에 명태의 혼이 찾아와 당신의 집을 지켜줄 겁니다!라고 외치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그걸 태워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것이 어떻게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믿어야 하는 것이다.


미신은 종종 귀여운 형태로 우리 곁에 온다. 내 지갑에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부적'이라는 문구가 쓰인 귀여운 캐릭터 카드가 있다. 아무런 효용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괜히 꺼내보며 흐뭇해하곤 한다. 불안하고 팍팍한 삶에 마음 기댈 곳이 필요하다. 당첨이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로또를 사며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위하듯, 행운을 더해줄 물건이라는 달콤한 말로 나의 지갑을 여는 물건을 들이며 확인하는 것이다. 나의 행운을 바라는 나의 마음, 나의 행운을 빌어준 친구의 마음.

물건에 담긴 마음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만으로도 '액막이 명태'는 충분히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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