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빨리 팔리게 하는 방법

간절함이 새로운 미신을 만들기도 한다

by 으그흐

어느 날 집이 잘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친구가 말했습니다.


“신발장에 가위를 벌려서 거꾸로 붙여두면 집이 빨리 팔린대.”


저는 처음 들어보는 미신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았습니다. 포털에 ‘집 파는 법‘ ’ 가위‘를 검색하니 놀랍게도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가위를 벌리고, 손잡이가 아래로 가게 붙여야 한다.

2. 현관문에 붙이는 것이 가장 좋으나, 신발장 안에 붙여도 된다.

3. 장사가 잘 되는 집의 가위를 얻어, 그 가위를 붙이면 좋다. 그럴 수 없다면 집에서 가장 오래 쓴 가위를 붙이면 된다.


친구는 며칠을 머뭇거리다 신발장에 가위를 붙였고! 정말로 집은 팔렸습니다!



이 미신은 부동산 카페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계약일이 다가오는데 매도가 안되는데 어떡하죠 ‘

‘집 내어 놓은지 2년이 다되어 가는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평소에 미신 안 믿는 편인데 너무 간절해서 가위라도 걸어볼까 고민되네요.‘


이거 효과 있나요?


그럴 시간에 집이나 한 번 더 쓸고 닦아라, 안 걸어도 다 팔려요, 괜히 미신에 의존하지 마세요와 같이, 글쓴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댓글 사이로 후기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걸어두니 바로 팔렸어요.

저도요.

저도 걸어두니 팔렸네요.


신기하게도 가위를 걸어두니 팔렸다는 후기가 여기저기 등장해, 글들을 보던 저도 괜히 혹합니다.

혹여나 언제 내 집을 팔아야 하는 때가 오면 가위를 한 번 붙여볼까? (내집 마련을 하는 날… 언제 오려나…)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셨나요? 이 미신은 최근에 생겨난 것이라는 걸요.



인터넷에서 가위를 걸어두면 집이 팔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1. 가위가 집과의 나쁜 인연을 끊어 낸다.

2. 문으로 들어오는 나쁜 운은 막고, 좋은 운만 들어오게 한다.


뭔가 그럴듯하지요?


현관은 사람과 더불어 많은 것들이 드나드는 장소입니다. 그곳으로는 사람뿐만 아니라 신, 귀신, 온갖 기운이 드나듭니다. 현관에 액막이 명태를 걸고, 뾰족한 엄나무 가지를 걸어 나쁜 것이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가위를 걸어두는 것이 나쁜 기운을 막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쁜 기운을 막는 것이 집이 팔리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나쁜 기운 때문에 집이 안 팔리는 걸까요?

가위를 거는 것이 집과의 인연을 끊어내는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려면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잘라내는 시늉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미신이 힘을 발휘하는 데에는 늘 설명이 뒤따릅니다. 예를 들어 ‘장례식에 가서 부정한 것/기운이 묻어올 수 있으므로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가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례식에는 죽음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살이 있고, 또 다양한 존재가 꼬여 있기 때문에, 혹시나 방문했다가 영향을 받아 앓아눕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결혼/출산을 앞두고는 자제하라고 하지요.

실리적으로 따져보면,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혹여나 감염될 수 있으니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를 미신은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갖는 초자연적 특징에 바탕해 금기를 설정합니다.

이런 것처럼 미신은 미신의 맥락 속에서 행동 지침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위를 놓는 이유는 조금은 애매합니다. 개운하지 않은 구석이 있어요.


가위를 거는 미신이 학계에 보고된 것은 2000년대입니다. 오늘날 새롭게 생겨난 이사 미신이라며 소개되었어요.

2000년 대면 인터넷이 보급되었던, 오늘날과 그리 멀지 않은 때인데 왜 그제야 생겨난 걸까요?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전까지는 집을 자주 사고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사는 보편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상경한 후 6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에 비하면 적은 편입니다만, 과거 전통사회의 사람과 비교해 보자면 누군가가 평생 한 이사 횟수보다 많을 겁니다.


과거에는 이사를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농경사회는 ‘땅‘을 중심으로 합니다. 우리 집이 대대로 농사지은 땅이 여기에 있는 이상, 이곳을 떠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몇 대를 걸쳐 한 마을에 살았지요. 결혼을 하면 옆에 집을 얻어 나가기도 하지만, 집을 상속받은 장남은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계속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요? ‘우리가 평생 살 집’이라는 감각은 낯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보다는 ‘상급지‘로 가기 전 머무르는 곳, ’ 몸테크‘로 버티는 곳, 가격이 1.5배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 등등. 집은 투자 가치로 환원되곤 합니다.


최근 강아지와 산책하며 눈여겨보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낮은 층수이고, 고즈넉해서 저곳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저희 언니가 말하더군요. “세대수가 적으면 가격이 많이 안 올라.”


집을 재화 가치로 환산해서 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지금, 원하는 때에 빨리 집을 팔길 바라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넘쳐날 겁니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럽게 새로운 미신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팔고 싶은 지금! 내 집을 팔리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미신.



미신이라고 해서 모두 오래되고 유서 깊은 것은 아닙니다.

아궁이가 사라지자 이사 미신에서 밥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환경이 바뀌면 미신은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바람이 생겨나면 귀신같이 새로운 미신이 생겨나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줍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