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Dec 16. 2023

최소 지출 3000원

버스는 사랑입니다.

이번 달 나에게 주어진 수업은 총 3일 동안 15시간이다.

마지막 수업은 2시간이라 마음도 가볍게 수업을 할 수 있다.

마침 1~2교시로 배정되어 있어 교육생들의 집중도도 높은 시간대이고, 

나에게는 수업 이후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는 이점도 있는 시간이다. 



교육원에 수업을 나가기 시작할 즈음, 우리 지역의 버스노선도 변경되었다.

얼마 전까지 집에서 걸어서 약 7분 정도 걸리는 정류장에 오는 버스를 타고 교육원에 출근을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우리 집 앞의 정류장에서 교육원 앞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는 걸 알았다.

버스노선 변경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던지라, 노선 변경 이후 석 달 넘게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번 달의 마지막 수업은 그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배차 간격도 거의 10~15분이라 마음에 쏙 든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교육원에 일찍 도착했다.

9시 수업 시작인데, 50분도 되기 전에 도착해 버렸다.



매월 1일부터 시작하는 수업은 일주일정도만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료기사인 교육생이 같이 수업을 듣는다. 그 이후가 되면 일반 교육생만 남게 된다. 

이번 수업에는 특히 3명만 출석을 한다고 하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다들 조금씩 늦으신다.



모닝커피 한 잔



교육생들을 기다리며 노랑커피를 한 잔 마셨다.

항상 커피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라, 특히 밖에 나왔을 때는 카페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안달해하는 나다.

하지만 프리랜서이자 수입이 없는 1인 출판사 대표인 나는 그런 커피값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중이다.



교육원에 조그맣게 간식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정수기가 있는 위치인데, 커피와 간단한 스낵, 사탕 등을 원장님이 항상 가득 채워놓으신다.

내가 가장 즐겨 먹는 것은 강의할 때 마시는 옥수수차와 메밀차, 그리고 노랑커피다.

커피는 한두 잔이 최대인데, 이렇게 아침 수업이 있을 땐 항상 한 잔 마신다.



사실 마신다고 피로가 싹 풀리거나 개운해지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뭔가 의식 같은 거라고나 할까.

병원 다닐 때도 오전 진료시간 전과 오후 진료시간 전에 무조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시작했다.

'이제 일을 시작할 시간이야' 

나에게 주문을 거는 느낌이다.



비 오는 날 버스


하루 종일 수업도 해보다가, 이렇게 2시간만 수업을 하는 날은 정말 빨리 마치는 느낌이다.

사실 이 날은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마지막 학예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10시 50분에 수업을 마치는데, 마침 둘째 아이가 나오는 순서가 제일 마지막이라

11시 40분까지 예정된 학예발표회에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학교 앞까지 택시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요즘은 택시요금도 기본이 워낙 많이 올라서 택시를 타느니 차를 갖고 가는 경우도 많다.

교육원 근처는 주차공간이 없어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하는데, 오늘은 특별한 경우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괜히 마음이 바빠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카카오택시도 10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요금을 더 내는 블랙도 마찬가지다.

포기하고 그냥 택시를 잡아보려는데, 지나가는 택시들이 전부 예약 등을 켜고 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100번을 타면, 학교까지 걸어서 10분이 걸리는데 그러면 내가 마음이 바쁠 것 같아. 아침에 탔던 108번이 오면 그나마 학교까지 3~4분만 걸으면 되는데, 그 버스가 빨리 올까? 택시를 기다리면서 버스가 오는지 보면 오히려 더 늦겠지??'



다행히 내가 바랐던 108번이 왔고, 학교에는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의 학예발표회도 잘 보고 돌아왔다. 






교육원이나 외부 강의를 나갈 때는 자기 합리화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오늘 이 정도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이 정도는 써도 괜찮아.'


데이비드 바크의 [자동부자 습관]에 나오는 '라테요인'에도 콧방귀를 뀌었던 나다.

정말 수중에 돈이 없어봐야 하는구나.

외부 강의를 나가면서 교통비 3천 원 외에는 지출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근 경제기사에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왔다.

절약하되 경제공부를 꾸준히 하라는 것이다. 

그래 기본으로 돌아가자. 내년부터는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들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