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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Sep 22. 2020

낙원이 거기에 있다 pt.2

사모아의 자연과 사람

피지의 난디 공항에서도 1시간 40분을 가야 도착하는 사모아는 크게 국제공항이 잇는 우폴루(Upolu) 섬, 북쪽의 사바이(Savaii) 섬으로 나뉘는데, 면적 1,125 제곱km의 작은 섬이기 때문에 동서로 가장 긴 거리가 75km 정도다. 지각의 해저 활동과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이라 자연의 독특한 면모를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곳이 토수아 오션 트렌치(Tosua Ocean Trench). 무성한 숲 사이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고 그 안에 투명한 에메랄드 빛 물이 반짝이는 바로 그 낙원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지형이 화산의 활동으로 거대 구멍이 뚫리고 아래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독특한 지형. 마치 신들의 열대 정원 앞 연못인 것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지형이다.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신들의 바로 그 연못을 즐길 수 있다. 미국의 스타 저스틴 비버가 방문해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그곳은 사모아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아름다움을 넘어 자연의 신비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영화 ‘모아나’에서 주인공이 바닷가를 달려갈 때 음악에 맞춰 마치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단지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제 있는 곳을 그려 넣은 것이라 해서 깜짝 놀랐다. 알로파아가 블로홀(Alofa’aga Blow Holes)은 영어 단어 블로홀이 알려주듯 고래 등의 호흡공처럼 물이 뿜어져 나온다. 그 안에다 코코넛을 던져 넣고 기다리면 파도가 밀려오는 시간에 맞춰 커다란 물줄기와 함께 코코넛이 날아오르는 멋진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 역시 화산활동 당시 바닷가의 용암들이 굳으면서 빠져나간 공기구멍이 바닷가 바위틈에 생겨났고 거기에 고인 물을 파도의 강한 수압으로 밀어 올리면 분수처럼 솟구치게 되는 것이다. 솟구쳐 오르는 물기둥의 소리와 이따금 그 물보라에 생기는 무지개가 곁들여지면 정말 놀라운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토수아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세상 아름다운 낙원의 모습을 간직한 해변 랄로마누(Lalomanu Beach)가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7대 해변에 꼽히는 이곳은 신혼부부나 커플들에게 늘 사랑받는 해변인데 특히나 물의 빛깔이 아름다워 누가 보아도 낙원의 그 해변이라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사실 사모아는 과거 날짜변경선의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각광받다가, 변경선이 이동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일찍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되었는데 그러면서 더욱이 랄로마누 해변이 사랑받게 되었다. 평소에도 늘 해가 뜨고 지는 곳인데 인간의 기준에 따라 일몰이, 또는 일출이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하는 것이 참으로 기이한 곳이다.

늘 천혜의 자연만이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일요일 오전에 교회를 찾고 마을마다 그런 곳이 하나 이상 존재하는 곳이 사모아. 인구의 대다수가 기독교를 믿는데 특이하게도 이들은 늘 하얀 옷을 차려입고 교회로 향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주 중에 가장 치장을 하는데 단연 흰색으로만 꾸미기 때문에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장면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시내에는 웅장하고 멋들어진 교회와 찬송가를 부르는 하모니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종교가 없는 사람도 여행기간에 일요일이 끼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라는 곳이다. 예배가 끝나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점심을 먹는것도 그들의 오랜 전통이다. 

전통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우리로 치면 민속촌인 컬처 빌리지가 그곳이다. 무료투어 형태로 진행되지만 그렇다고 대충 하지는 않는다. 약 3시간가량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전통의 춤과 의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전부 보고 맛볼 수 있다. 오랫동안 달구어 놓은 돌에다 나뭇잎으로 감싼 물고기들을 정성스레 올려놓는 것을 시작으로 전통의 방식으로 만드는 목각 공예품, 바구니, 옷감 염색 등 다양한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일행도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그 자리에서 전통의 문양대로 염색을 받고 나니 화려한 현지의 옷을 하나 얻게 되었다. 중간중간 곁들여지는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보면 음식이 완성. 마치 백반과도 같은 음식이지만 구성은 단촐하다. 잘 익은 생선에 구운 바나나 등의 과일을 곁들이면 생각보다 입맛에도 잘 맞는 성찬이 차려진다. 

전통의 문화는 야간에도 계속되는데 남태평양의 전통 불 춤 ‘피아피아’다. 단순히 어느 공연에서나 볼법한 불쇼가 아닌 제대로 된 기술과 현란한 춤사위가 함께하는 멋진 의식이다. 보는 사람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아둔 이 의식은 과거부터 발전해 온 그들의 축제 의식이다 보니 손님들이 방문하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함께하는 여성들의 전통춤 ‘시바’등도 우리에게는 제법 낯설고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혜의 자연환경 안에서 자신들만의 전통을 유지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인지 우리를 대하는 모두가 느긋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화려하고, 잔잔하면서도 용맹한 그들을 보며 우리가 자연을 개발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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