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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Aug 12. 2020

낙원이 거기에 있다 pt.1

남태평양의 보물섬, 사모아


우리가 보통 낙원이라 부르는 곳을 떠올리면 에메랄드 빛 바닷가에 야자수가 몇 그루 떠 있고, 빛나는 모래사장과 반짝이는 햇살이 등장한다. 또는 어느 홍보 브로셔에 등장하는 때묻지 않은 그런 장면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해도 어느정도의 보정이 들어가고, 특정한 위치에서 찍어야만 나오는 그런 장면이라 의심했다. 그러다 처음 남태평양의 섬나라를 방문하고는 그런 의심은 사라지고 현실에 정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남아시아나 유럽의 휴양지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군도의 섬나라들은 전혀 익숙치가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홀로 출전해 추운 날씨에도 멋진 몸매를 자랑한 선수가 그 중 하나인 통아(Tonga)출신인 것 정도일까. 뉴칼레도니아, 피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 등등. 들어본 적은 있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았을 것 같은 그곳에 정말 우리가 상상하던 그 낙원이 있었다.

뉴질랜드와 하와이도 사실 폴리네시아에 속한 곳들이라 같은 문화권에 있는데, 그들의 전통과 문화는 사실 그 중에서도 아주 작은 섬. 세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나라 사모아에서 출발했다. 어디에서 출발해도 직항이 없어 피지를 거쳐서 가야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지만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우리는 의외로 사모아의 문화를 접해본 적이 있다.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 ‘보물섬’역시 사모아를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다. 스코틀란드 출생의 그는 등대설계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섬을 좋아하게 되어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알게 되었고,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연이은 성공 이후 가족들과 함께 요트 한 척을 빌려 하와이, 뉴질랜드, 사모아, 키리바티 등을 여행하다 사모아에 정착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때까지 섬을 사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한 장은 사실 같은 남태평양에 있는 솔로몬제도의 사진이다. 현재 대치동 KT&G 상상마당 1층에서 전시 중이라 함께 올린다.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와 배경, 전통과 문화는 사모아에서 파생된 것들을 제작진이 속속들이 고증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제목만 보아도 사모아 여자를 사모아나, 남자를 사모안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첫 글자를 떼어낸 것이 바로 ‘모아나’가 되었다. 다른 곳에는 없는 모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 문신에 대한 오래된 철학, 작은 배를 타고 나가 하와이 섬을 발견한 그들의 용맹함 등이 영화에 잘 나타나있다.

보기에나 역할로나 용맹한 사람을 꼽으라면  헐리우드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레슬러 ‘더락’으로 활동하던 그는 사모아인 어머니쪽 혈통을 계기로 레슬링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가 팔에 새긴 문신이 사모아 전통의 문신이며 영화 모아나에 나오는 마우이의 캐릭터도 그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사모아는 세상에서 문신을 가장 먼저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기 전 12세~14세 무렵의 남성들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문신을 새기는데, 지금처럼 딱히 좋은 도구가 없던 과거부터 내려오던 풍습이 있다. 거북이의 등껍질에서 떼어낸 도구나 돼지 등의 짐승에게서 얻은 송곳니를 살에다 대고 망치로 톡톡 쳐 가면서 염료를 집어넣는데, 그게 너무나 아프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아무도 그를 건들지 않는다고 한다. 짧게는 2주에서 3달까지 걸리는 문신은 중요한 의식이기도 하지만 성인으로써 남성의 참을성과 용기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우연히 마을에서 문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두 명이 누워있는 사람의 부위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돕고 있었다. 실제로 그걸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은 마을에서 손가락질 받기 때문에 요즘은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다고 한다. 반면에 여성 중에서도 문신을 새긴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사모아의 문신을 받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세계적인 타투이스트 중에 사모아 출신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모아와 다른 남태평양부터 몽골, 쿠바에서의 장면들을 담은 전시가 대치동 KT&G 빌딩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운 여름,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이 시대에 잠시 들러 여행의 기분을 즐기기에 참으로 좋으니 한 번 쯤 다녀오시길. 9월 18일까지 휴무일 없이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https://blog.naver.com/haejukdl/22204828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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