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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May 24. 2018

[인터뷰] 독립서점에 대하여

2018년 5월 24일의 리지블루스에 대하여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대학생이 연락해 왔다. 요지는 학교 과제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려 하는데 주제가 독립서점이며, 리지블루스를 촬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서점을 운영하는 나에 대한 인터뷰를 넣고 싶어 했다. 2015년 겨울에도 영상학과에 다니던 친구가 나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참 재밌었다. 이번에도 재미있을 것 같아 촬영 요청을 수락했고, 3명의 대학생이 저번 주에 서점에 다녀갔다. 본 촬영은 다음 주에 있는데, 그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요청했다. 이왕 답변하는 거 기록해두면 좋을 거 같아서 여기에도 옮겨본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 매탄동에서 '리지블루스'라는 이름의 심리상담서점 또는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선이라고 합니다. 29살의 여자고, 작년에 결혼한 유부녀입니다. 


Q) 심리상담을 해주는 독립서점이란 콘셉트가 눈에 띄는 데요. 이러한 콘셉트로 책방을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A)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번 재발하면서 회사를 다니기가 힘들어졌고, 퇴사나 휴직을 반복하다가 작년에 3번째 회사를 퇴사하면서 자영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커피를 못 마셔서 카페는 힘들었고, 책을 좋아하고 작은 책방이라는 공간을 좋아해 서점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책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콘셉트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우울증을 겪은 경험과 심리상담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전문적이지만 경험에 바탕을 둔, 그리고 책과 결합한 상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심리상담서점'이라는 콘셉트의 독립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Q)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A) 제 상담은 기본적으로 2회 세트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상담에서 전반적으로 요즘 겪고 있는 고민과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정해 이와 관련된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두 번째 상담은 책 또는 책 속 문장을 매개로 상담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Q) 리지블루스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정기구독 멤버십 서비스, 독서모임 등)

A) 이렇게 뜬금없는 골목에 위치한 작은 서점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정말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다양한 독서모임을 기획한 첫 번째 계기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돈을 벌기 위해서 모임을 진행하지만, 가능하면 저한테도 의미가 있고 재미있는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려고 합니다. 독서모임을 통해 저도 책을 열심히 읽고, 새로운 분들을 만나게 되어 좋습니다. 정기구독 멤버십 서비스는 아는 분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주된 독서모임을 보면 ‘외로움, 실연, 무기력’등 우울하면서도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감정들을 다루는 모임을 계속해서 진행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저는 우울증을 앓으면서 감정,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어두운 생각도 많이 하고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지 않는 한, 누구나 살면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적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오히려 지배받게 됩니다. 부정적 감정을 들여다보는 건 힘든 일이지만, 직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감정을 주제로 독서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손님 또는 상담이 있으신가요?

A) 저에게 18번 상담을 받은 U님과, 그리고 노원구에서 이 먼 수원까지 4번이나 와주신 K님이 가장 기억에 납니다. 


Q)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즐거운 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고 느낄 때는 즐겁습니다. 의미 있는 책 추천이나 상담을 해드린 경우, 즐거운 독서모임을 진행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려운 점은 손님이 거의 안 온다는 점입니다. 얼마나 안 오냐면, 제가 5월에는 주 4일 서점을 여는데, 그냥 손님(상담이나 독서모임 참가가 아닌 경우)은 1주일에 1~2명 옵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독서모임을 열어도 모집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손님의 부재는 서점 수익의 악화로 이어지고, 저는 매달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때로 힘들기도 합니다. 


Q) 리지블루스의 개업은 사업적인 시도였나요 혹은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었나요?

A) 자아실현이라는 말은 좀 거창하게 들리지만, 이쪽에 가깝습니다. 사업적인 시도는 아니었어요. 


Q) 책방을 시작할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A) 당시 남자 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은 '해보고 싶으면 해'라는 반응이었고, 부모님은 반대하셨어요. 그렇지만 부모님도 제가 우울하지 않게 사는 걸 바라셨기 때문에 큰 반대는 안 하셨어요. 대신 손님 안 온다고 우울해하지 말라는 말을 하셨던 것 같네요. 


Q) 사회생활을 앞둔 취준생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나요?

A) 제현주 님의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 일자리가 제한된 대한민국에서 노마드처럼 직장과 직업을 옮기면서 살아야 하는, 돈을 위해서 일하긴 하지만 돈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Q) 책방 운영뿐 아니라 다른 일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본업은 무엇인지, 본업과 책방 운영의 병행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A) 프리랜서 기획 및 리서치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수입으로 따지면 프리랜서 일이 더 많이 벌지만 본업은 서점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도 더 많이 들이고,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책방에 사람이 별로 안 오다 보니 서점 일을 끝내면 프리랜서 일을 합니다. 주 1~2회 출근할 때는 서점을 닫아두고요. 프리랜서 일이 한창 바쁠 때는 예약제로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Q) ‘퍼니플랜’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 약 7개월간 개점한 독립서점은 31개로

한 주에 1개꼴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독립서점의 증가 추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어떻게 먹고 사는지는 의문이지만요. 


Q) 독립서점들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수요가 많아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작은 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 그만큼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 독립서점이 늘어나는 속도를 독립서점의 수요자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려가 아니라 현재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점 주인들은 돈을 못 벌거나 겸업을 하고, 누군가는 문을 닫게 되겠죠. 시장의 논리에 따라 흘러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저희가 구글 설문지를 통해 일반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기심 또는 sns 인증을 위해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는데요. 리지블루스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나요?

A) 리지블루스는 주변에 연계할만한 맛집이나 예쁜 카페가 전혀 없어 정말 서점을 방문하기 위해 오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SNS 인증은 안타깝게 잘 안 하시는 것 같고요(그 정도로 예쁘지도 않아요). 상담이나 모임 손님이 아닌 분들은 '심리상담서점'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오시는 분이 대부분인 듯합니다. 


Q) 독립서점이 젊은 층만 향유하는 문화로 남는 것 같아 아쉬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A) 현재의 독립출판물의 공급자와 콘텐츠의 타깃이 대부분 젊은 층이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보완하려면 어르신(?)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시면 좋을 듯합니다. 


Q) 소득이 지금보다 떨어진다거나, 남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책방을 운영하실 건가요?

A) 현재 제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월세 40만 원과 보증금 3만 원, 전기세 4~8만 원이 필요합니다. 약 50만 원이죠. 열심히 해도 이 운영비가 나오지 않는다면 계속 운영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Q) 서점은 책 파는 것 이외의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책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모임, 북콘서트, 저자와의 만남 등... 지금의 서점들이 이미 잘하고 있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책과 관련해 덕질 할 수 있는 떡밥을 많이 양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리지블루스라는 책방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나요?(어떠한 서점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A) 엄청 밀고 있지는 않지만 리지블루스의 슬로건은 '책을 통해 위로를 건네다'입니다. 세상에는 베스트셀러 이외에도 다양한 책들이 있고, 다양한 경험이 존재합니다. 이런 경험, 이런 감정을 이 세상에서 나만 느끼는 것 같을 때, 사람에게 위로를 받기 힘들 때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책을 만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리지블루스 운영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1년을 바라보고 서점을 시작했는데 6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이대로 운영된다면 서점은 정말 1년만 하고 그만둘 것 같습니다. 최후의 홍보 수단으로 저에 대한 책을 독립출판으로 내보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1년 더 할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독립서점의 가치(의미)란 무엇인가요?

A) 독립서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서점이라면, 독립출판물 유통 채널로서 기본적 가치가 있습니다. 리지블루스처럼 독립출판물보다는 기성 출판사의 책을 큐레이션 해서 소개하는 서점이라면, 마케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데 기본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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