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지 Lizzy Jan 22. 2020

[글담] 여섯 번째 글담 - 글과 말

여섯 번째 글담 일지

- 진행일 :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1시 

- 글담 파트너 : 피아노를 가르치는 음표님 

- 글감 : 1) 글과 말 (음표 님의 선택) 2) 문화적 권리 (리지의 선택) 

- 음표 님의 신청 계기

블로그를 보면서 서점에 한 번 오고 싶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재밌어 보이고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신청

- 기대하는 것 

새해를 맞아 글을 좀 더 자주 써보고 싶은데, 시작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음

혼자 다이어리에 글을 주로 쓰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과 함께 써보고 보여주는 경험을 해보고 싶음 


나의 글


1) 글과 말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난 여전히 뭔가를 시작하기에 주저하고 있다. 글을 제대로 쓰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다른 일에 밀려서 쓰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멋진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다. 그들처럼 되고 싶은데, 내가 그들처럼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먼저 포기한다. 

  한때는 글이 말보다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말에는 내용을 넘어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고, 부풀려지기 쉽다고 느꼈다. 요즘은 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도 하나의 스킬이기 때문에, 그 스킬을 연마한 사람은 얼마든지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 어릴 때는 무비판적으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내용은 다 옳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특정 저자를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글은 그럴듯하게 쓰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아서 실망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난 뒤부터는 그렇다. 

  누가 그런 글을 썼는지,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글과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 ‘누가 했느냐’가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은 거기에 감응하는 사람의 몫이 더 크다. 


> 자평 : 글쓰기 역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써본 것에 만족한다. 후기를 옮기면서 파란색 문장을 덧붙였는데, 완전히 동의하는 건 아니다.


2) 문화적 권리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책을 팔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이끌고, 책을 쓰려고 노력한다. 손님이 오지 않는 서점에 앉아있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사회에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데, 난 굳이 왜 책을 팔고 새로운 책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 

 출판 분야뿐 아니라 문화 분야 전반은 소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만 성공하고 대부분은 밥벌이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한다. 때로 슬프기도 하지만, 냉혹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돈을 낼만큼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서비스를 만들었던 분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돈을 내는 가치는 돈을 더 많이 벌게 해 주거나 귀찮음을 없애주는 것 둘 중의 하나라고. 책은 둘 중 어떤 가치와도 멀리 떨어져 있다. 책을 읽는다고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귀찮음을 없애주기는 커녕 더 큰 귀찮음을 만든다. 

  작년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우연히 들어간 세션에서, 각 나라에서 모인 패널들이 문화적 권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들었다. 한 패널은 여전히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누군가는 생존을 걱정할 때 책이니 음악이니 하는 문화에 대해 떠드는 것은 사치라고 여겨지지만 문화적 권리는 기본적인 인권의 영역이라고 얘기했다. (...)


> 자평 : 음표 님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분이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셨을 것 같아 주제로 선정했다. 음표 님도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국영수 등의 시험 중심 과목에 밀리는 상황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문화를 누릴 권리의 기본권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고 싶다.


음표 님의 소감


- 글이라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처음으로 시도해 본 경험이었고, 좋은 느낌이 들어 앞으로도 계속해 보고 싶다. 

> 추천 대상 : 자신의 진짜 생각과 글에 대해 말해보고 싶은 사람. 

> 비추천 대상 : 자기 포장을 좋아하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람.


나의 소감


- 음표 님은 반응이 참 좋은 글담 상대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맞아요'라고 많이 하셔서, "맞아요라는 말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여기에도 "맞아요"라고 응해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후기를 남기는 게 늦어져서 이날 우리가 나눴던 말은 대부분 휘발되었고 글만 남아있다. 나의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 리지와 글담 신청 : 네이버 예약 / 구글 서베이 / 카카오톡 상담  


<끝> 


 

매거진의 이전글 5월에 서점을 닫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