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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Jan 19. 2020

[글담] 다섯 번째 글담 - 도서관

다섯 번째 글담 일지

- 진행일 : 2020년 1월 8일 수요일 6시 

- 글담 파트너 : 20대 후반,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도넛님 

- 글감 : 1) 도서관 (도넛 님의 선택) 2) 자기 검열 (리지의 선택) 

- 도서관 님의 신청 계기 

책방지기에게 작년에 빌렸던 책이 있는데, 계속 돌려주지 않아 서점에 한 번은 와야 했음(난 책을 빌려준 걸 까먹었음)

글을 써보고 싶었음. 글을 읽기만 하지, 써야 할 필요를 못 느꼈음. 기록은 하지만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었음. 목적의식이 딱히 없는 글이었음.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으니까 안 쓰게 됨. 

- 기대하는 것 

글을 쓰고 누군가와 공유해본 적이 없음. 그다지 원하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 닫힌 글만 쓰는 느낌. 남이 본다는 전제하에서 쓰는 맛을 느끼고 싶음.

나의 글


1) 도서관

  서점을 열고 나서 도서관에 거의 가지 않았다. 새집으로 이사하고 걸어서 3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해를 넘어서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에게 도서관은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가끔 책을 빌리기도 했지만, 도서관에서 읽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서 책을 읽다가 졸기 일쑤였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시스템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원시내에 있는 어떤 도서관의 책이든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 나처럼 책에 대한 소유욕이 없고 책 상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 도서관의 단점은 딱 두 가지 정도다. 대출하고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직접 가야 한다는 점과 신간을 빌리는 데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 쓰고 보니, 우리나라처럼 어떤 음식도 배달해주는 나라에서는배달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조만간 도서관의 책도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생기지 않을까-배달해주려나-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기업형 중고서점에 다녀오고 생각이 많아졌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의 신간 중고도서가 쾌적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정가를 주고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은 바보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고서점은 신간 서점뿐 아니라, 출판사나 작가 입장에서도 그다지 환영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한 권의 책이 아무리 중고로 여러 번 팔려봤자 출판사나 작가는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한다. 콘텐츠 자체가 널리 퍼지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면 그 책을 사지 않았을 사람이 책을 읽게 만들 테니까. 멀쩡한 책이 버려지지 않고 순환된다는 점에서 보면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출판 생태계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도서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생각해 보았다. 도서관은 책을 구매해주는 확실한 구매자이지만, 도서관에 책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굳이 책을 사지 않기도 한다. 예전에 만화 대여점이 성행할 때, 일부 만화가들은 만화를 대여해서 보는 건 창작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니 꼭 사서 보라고 당부했다. (...)


> 자평 : 1-2 단락과 3 단락, 4-5 단락이 각각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유기성 빵점의 글이다. 도서관에 대해 생각나는 걸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4 단락은 5 단락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었는데, 쓸데없이 분량이 많아지기도 했다.

> 글담 : 내 글을 낭독하고 나서, 사서인 도넛님이 언짢아하지 않으실까 걱정했다. 도서관의 공공성 앞에서 창작자의 이익을 논하는 건 너무 상업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넛 님은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며, 실제로 이런 이슈가 "공공 대출권"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알려주셨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한 권의 책이 도서관에서 대여되었을 때, 일부 수익을 창작자에게 지급한다고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어도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수익을 지급하려면 결국 추가적인 세금이 필요하고, 수익 지급에 대한 시스템도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문제라고 한다. 도서관에서조차도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많이 대출되기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어도 창작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이 제도를 악용하는 출판사나 창작자도 생길 것을 우려했다.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도서관에서 책을 구매하는 '희망도서' 제도를 악용해, 쓰레기 같은 책을 만들고(내용 짜깁기 등)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 뒤 도서관에 조직적으로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자기 검열


  내 마음속에는 악플러가 산다. 그 악플러는 나의 행동, 감정, 언어의 부적절한 점을 가차 없이 비난한다. 그 악플러 때문에 나는 부도덕한 행동을 하지 않고, 남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한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분노나 짜증이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본다. 

  악플러는 시기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너무 쭈그리다 보니 내가 안하무인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너무 활개를 쳐서 내가 쭈그리가 되기도 한다. 악플러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악플러는 대체로 기준이 높다. 악플러의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려면 빈틈없이 살아야 한다. 며칠째 쭈그리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악플러를 아예 죽여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기준 자체를 없애버릴까. 그냥 살아지는 대로,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나의 행동과 생각을 합리화하면서 지내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다. 악플러가 없어지면 칭찬이나 인정 역시 효과가 약해진다. 악플러가 없어지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봐 겁이 난다. 

  악플러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해도, 필요할 때면 음소거 기능을 달 수 있길 바란다. 악플러가 등장하는 타이밍도 조절하고 싶다. (...)


> 자평 : 내 안의 자기 검열 기제를 악플러에 비유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쓸수록 악플의 정의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건 아니지만 일리 있는 말을 쓴 피드백이나 댓글도 악플일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악플의 의미는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특성을 지닌 것 같아 단어 선택에 아쉬움이 든다. 

> 글담 : 첫 번째 글담에서 '자기 검열'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 소재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우리 둘 다 자기 검열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는 기운으로 쓰기 시작했다. 낭독하고, 이야기를 할수록 둘 다 자기 검열이 과한 것 같고, 쓸데없이 의기소침해진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도넛 님의 소감


- 첫 번째 키워드(도서관)는 신청할 때부터 계속 생각하던 것. 생각해왔던 걸 써보고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두 번째 키워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키워드여서 쓰고 나니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느껴졌다. 과거를 보는 것도, 미래를 보는 것도 좋았다. 전반적으로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 글쓰기를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잊고 살았다. 키워드를 받고 제한 시간 내에 쓰다 보니 예전에 논술 준비 글쓰기를 하던 생각이 났다. 논술 준비를 하다 보면 평생 볼 일 없는 지문을 보게 되는 것처럼, 새로운 키워드를 받는 것 자체가 좋았다.

> 추천 대상 :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

> 비추천 대상 : 마음이 바쁘거나 여유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더 필요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태면 글을 쓰는 게 어려울지도. 오히려 혼란만 올 수도 있다.


나의 소감 


- 오후에 감정적으로 피곤한 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도넛 님 얼굴도 보고 그녀가 사 온 달달한 꽈배기와 도넛을 먹으면서 글을 쓰니 좀 나아졌다. 첫 번째 글담을 통해 '공공 대출권'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 주제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 글담을 하면서 자기 검열을 좀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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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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