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Jan 07. 2020

[글담] 네 번째 글담 - 타인의 인정 그리고

네 번째 글담 개요

- 진행일 : 2019년 12월 31일 화요일 1시 

- 글담 파트너 : 막 30대에 접어든 디자이너 서재 님  

- 글감 : 1) 타인의 인정 (서재 님의 선택) 2) 돈을 적게 번다는 것 (리지의 선택) 

- 서재 님의 신청 계기 & 기대하는 것

: 글쓰는 근육을 키우고 싶고, 요즘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음 


나의 글


1) 타인의 인정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 이제는 친구처럼 느껴지는 B가 나의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같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그는 나의 성취나 성격적 특성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못 짚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얘기해주고는 했는데, 내가 거기에 감동을 받아 격한 반응을 보이니 그렇게 얘기한 듯하다. 인정받는 것. 칭찬받는 것. 나의 필요를 증명하는 것에 나는 목메는 편이다.

  모든 인정의 언어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인정의 언어가 진정한 감동을 주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언어의 발화자가 내가 좋아하거나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인정의 언어를 발화하는 시점은, 발화자와의 관계가 무르익은 때여야 한다. 발화자와 발화 시점에 대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훌륭한 인정의 언어를 들어도 그 진실성에 의심이 든다. 인정하는 내용 역시 중요하다. 인정의 근거는 내가 간절히 바랐으나 쉽게 듣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좋은 면에 대한 것일수록 효과가 크다. 

  인정은 칭찬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칭찬은 평가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칭찬하는 사람은 칭찬받는 사람보다 윗사람인 경우가 많다. 칭찬을 이용해 상대를 조종하는 경우도 있다. 인정 역시 비슷한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칭찬보다는 관계적 특성이 강하다. 누군가를 인정한다는 건 앞으로도 그 사람을 지켜보겠다는 것, 타인으로 두지 않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내가 타인의 인정에 목메는 것은 내가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인 걸까. 나를 잊지 말고 계속 관심을 달라는 애원인 걸까. 얼마만큼의 인정을 받아야 나는 만족할 수 있을까. (...) 


> 자평 : 이날 노트북을 가져올 상황이 안되어 참 오랜만에 공책에 글을 썼다. 다시 타이핑하면서 옮기다 보니 부족한 문장이 너무 많이 보여 여러 군데 수정했다. 글을 정리하면서 나머지 사랑의 언어가 뭔지 찾아봤다. 내가 행동보다 말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분명 그런 면도 있어 보인다. 글을 써놓고 나 혼자 개똥철학을 전개한 것 같아서 부끄러웠는데, 서재 님이 '발화자' 같은 표현이 어렵게 느껴지는 거 빼고는 괜찮았다고 해주었다. 이어진 글담을 통해 일터에서의 인정은 칭찬의 특성을 많이 가지는데 비해 가족이나 연인에게 원하는 인정은 관계적 특성이 강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어 좋았다.


2) 돈을 적게 버는 것


  서른한 살의 4년제 대졸 여성인 나는 현재 월평균 100만 원을 벌지 못하는 서점 주인이다. 동시에 신축한 30평대 아파트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고, 2년 내에 3번 유럽을 다녀왔고, 노트북은 맥북에 지갑은 프라다다. 나는 정기적으로 벌어들이는 돈과 이미 소유하고 있는 돈,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누리는 것 사이에서 괴리를 느낀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가난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내가 요즘 버는 돈과 내 일터를 보면 누군가는 나를 안타깝게 여길 수도 있다. 

  최근 한 손님이 차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셨는데, 깔끔한 외관의 아파트 단지를 보시더니 서점과 안 어울린다고 하셨다. 지나가는 말이었고, 나를 무시하는 투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 서점이 월세 40만 원의 5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라는 점과 건물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자동 물 내림 장치가 없다는 것이 나를 가난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서점을 하고 적은 돈을 벌게 되면서 난 돈이 절대적으로 없는 상태에 괴로워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비해 내가 돈을 못 버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때로 절망했다. 스스로를 '돈을 못 버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취해야 하는 적절한 행동을 고민했다. 실제로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내 안에 얼굴 없는 악플러를 만들어 놓고, 내 행동의 이중성을 비난하고는 했다. (...) 


> 자평 : 아직 네 번째 후기이지만, 공개하는 것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글이다. 글담 시간에 써놓은 글에서 한 단락을 덜어냈다. 이 글 때문에 내가 실제보다 훨씬 부유하게 비칠까 봐 걱정이 된다. 돈이 많거나 적은 것은 몹시도 상대적인 부분이라, 상상하는 독자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여러 개가 혼재되어 있다. 나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면도 있고, 그렇다고 돈 걱정 안 해도 되는 상황도 아니라고 꼭 덧붙이고 싶기도 하고. 날 무시하지 않길 바라지만 동시에 약간의 온정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딱히 명확하게 분류할 수 없는 게 현재의 내 경제적 상태다. 


서재 님의 소감


-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낸 게 좋다. 또한 내 글에 대해 누군가의 1:1 피드백을 듣는다는 것과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글쓰기 시간이 한 편당 15분이라는 게 짧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더 길면 안 좋은 점도 있을 듯하다. 

> 추천 대상 : 스스로 글쓰기 힘들어하는 사람.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한 사람. 

> 비추천 대상 : 본인의 생각이 확고해서 혼자서도 쓸 수 있는 글이 많은 사람. 글쓰기에 이미 능숙한 사람.


나의 소감 


- 서재 님은 리지블루스를 애정해주는 단골손님이자 다양한 책을 편견 없이 읽는 애서가다. 서재 님의 글을 듣는 건 처음인데, 책을 많은 사람 특유의 문장 내공이 느껴져서 좋았다. 내용 역시 이 글을 1:1로 들을 수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우리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에 영향을 준 것 같아 기뻤다. 


-> 리지와 글담 신청 : 네이버 예약 / 구글 서베이 / 카카오톡 상담  


<끝> 


매거진의 이전글 [글담] 다섯 번째 글담 -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