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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Jan 03. 2020

[글담] 세 번째 글담

세 번째 글담 개요

- 진행일 :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2시 

- 글담 파트너 : 20대 휴학 예정의 대학생 랄라 님 

- 글감 : 1) 사랑 (랄라 님의 선택) 2) 한 번쯤 드러내고 싶은 나의 부정적인 면 (리지의 선택) 

- 랄라 님의 신청 계기 & 기대하는 것

1) 요새 창작욕이 많은 시기. 그동안 신체를 움직이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표출했다면, 요즘은 정신적인 면에서 날 꺼내고 싶음.

2) 평소에 일기는 많이 쓰는 편인데, 일기가 아닌 글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람


나의 글


1) 사랑 


  사랑을 꼭 해야 할까? 사랑을 해야 할 의무를 법에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는 서로에게 사랑의 의무를 지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쁨을 누리라고, 그 기쁨을 누리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라고 느껴지는느끼게 하는 문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나 역시 그런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 중 한 명일 뿐이고,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을 사랑하고 결혼도 했다. 한때 새로운 연인을 만드는 것이어주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열과 성을 다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기쁨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문득 궁금하다. 과연 사랑을 하는 건 인간에게 득일까.

  사랑에 여러 속성이 있지만, 난 사랑을 하면 욕심이 생기는 게 힘들다. 그 대상이 내가 되었든, 타인이 되었든, 어떤 무형의 목표나 가치가 되었든, 사랑을 하면 그 대상에 뭔가 변화를 만들려고 한다. 현재를 온전히 긍정하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게 가능할까. 현재에 지극히 만족한다면, 사실 미래 따위는 생각도 안 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사랑하지 않는 것과사랑하지 않으면서도 함께하는 건 가능할까. (...)


> 자평 : 랄라 님의 제시어를 듣고 멍해졌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날 글담을 하기 전 오전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진화학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얼마나 허구에 집착하는지 열심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 사랑에 대해 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쓰고 보니 생각할 만한 주제긴 하다. 다시 읽으니 "현대 사회는"이라는 표현이 몹시 거슬린다. 추상적인 걸 또다시 추상적으로 표현한 느낌. 하지만 대체어는 못 찾겠다. "새로운 연인을 만드는 것"이라는 표현은 글담 시간에 낭독하면서 화들짝 놀랐다. 문장 그대로만 보면 바람을 피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 되어서 신기했다. 


2) 한 번쯤 드러내고 싶은 나의 부정적인 면


  5년 전의 내가 가장 드러내기 어려웠던 부정적인 면은 우울증이었다. 그때는 내가 우울증인 걸 밝히면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편견을 심어주고, 회사에서 잘리고, 부모님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전에는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던 일을 고백하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 남편은 내가 워낙 큰 일인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얘기해서 잔뜩 겁을 먹었더니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별로 친하지 않은 타인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함부로 나의 상처를 재단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그렇게 얘기했기에그였기에 ‘네가 당했던 부정적인 경험과 그 속의 부정적인 너는 지금 내가 너를 사랑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느껴져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우울증도 왕따도 나에게 큰 잘못이 있던 상황은 아니라서, 이 경험을 드러내는데 별다른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걱정인 것은 내 우울증이나 왕따 경험이 나라는 개인에게는 큰 사건이었어도, 비슷한 사건을 훨씬 높은 강도로 겪고 있거나 겪었던 사람에 비하면 대단한 일이 아니라서 그들을 더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상처는 고유하지만, 유난 떨고 싶지는 않다. 

  요즘의 내가 보여주기 힘들다고 느끼는 부정적인 나의 모습은 나의 치명적인 잘못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는 나. 잘못이란 걸 알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나. (...) 


> 자평 : 첫 번째 글을 마치고 글담을 나누다 보니 랄라 님이 제일 쓰고 싶어 하는 내용이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인 것 같아 이걸 키워드로 삼았다. 요즘 자기 비난이 심한 시기라 나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 보겠다! 하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지만, 막상 쓸만한 글감을 찾지는 못했다. 내가 어느 정도 순진한 피해자였던 얘기는 이미 다 드러낸 거 같고, 나의 진짜 못난 부분은 차마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변죽을 울리는 글을 쓰게 되었다. 파란색 문장 "개인의 상처는 고유하지만, 유난 떨고 싶지는 않다"는 솔직한 마음이면서도 고민되는 마음이다. 유난을 떠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랄라 님의 소감


-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글을 쓸 때와 혼자 만족하는 글을 쓸 때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피부에 와닿게 느꼈다. 내 글에서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리지는 나보다 글을 많이 써봤으니, 글쓰기 숙련자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내 글을 봐주는 면이 좋았다. 

> 추천 대상 :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 독자를 생각하는 글을 쓰는 것에 서툰 사람. 

> 비추천 대상 : 이미 독자를 생각하는 글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사람. 


나의 소감


- 이전 글담에 비해 글 자체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다. 스스로 글쓰기에 대한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랄라 님의 글에 이러쿵저러쿵한 것 같아 글담을 마치고 찝찝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글담에서 취하고 싶은 포지션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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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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