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일 :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3시
- 글담 파트너 :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고민 중인 보라 님
- 글감 : 1) 독립 (보라 님의 선택) 2) 결혼할 때 두려워지는 것들 (리지의 선택)
- 보라 님의 신청 계기
예전부터 책을 읽는걸 습관처럼 취미로 소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 책은 잘 안 읽음.
책을 보고 모임에 참가하는 게 좋지만 소비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해서, 생산적인 걸 해보고 싶었음. 글을 써서 꾸준히 남겨보고 싶은데 스타트를 끊어보기 위해 신청.
1) 독립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취는 3개월만에 실패로 끝났다. 도시의 물가를 생각하면 크게 저렴하지 않은 오피스텔을 구해 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집들이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의 생활을 힘들어했다. 직장과 가깝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직장 생활이 힘들어졌고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를 가기 힘들어해 택시타는 날이 많아졌다. 수원에 살 때는 남자친구를 언제든 편하게 만날 수 있었지만, 자취를 시작하면서 부르는 나도 1시간을 넘게 운전을 해서 와야 하는 그도 부담스러워졌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방빼는 것을 준비했다. 짐이 많지 않아 아빠차로 실어 나르기로 했는데, 그날은 비가 왔고 여러 가지 일이 꼬였다. 아빠는 짜증을 내고, 사소한 걸로도 트집을 잡았다. 나는 아빠한테 숙이지 않았고, 아빠는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며 화를 내셨다. 아빠의 분노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나는 우울증 환자였고, 직장에서 도망쳤고, 혼자 살던 방도 정리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나가고 싶었다. 모진 말을 담은 편지 한 장 남기고 아빠가 닿을 수 없는 다른 나라 어딘가로 아주 먼 가출을 해버리는 상상을 했다. 내가 원했던 건 독립이 아니라 단절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아빠와는 가족 행사 때만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은 아빠에 대한 미운 감정이 거의 없다. 오히려 때로 짠하고, 아빠의 건강이 걱정된다. 아빠를 똑닮은 남자 조카가 아빠 무릎에 앉아서 티비를 보는 모습을 보면 가끔 울컥한다. 조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아빠는 돌아보면 조금씩 늙어보인다. 아빠의 늙음을 자각할 때마다 잘해드려야지, 연락 종종 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쉽지 않다. (...)
> 덧붙임 : 지금은 아빠와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변한 게 아니라 우리의 거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빠와의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다보면 여전히 생생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2) 결혼할 때 두려워지는 것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다. 벌써 2년일 수도, 고작 2년일 수도 있다. 20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내 인생은 꽤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은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인에서, 매월 초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받는 자영업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으로 인한 변화는 소소했다. 친정에서 제사를 지내서 명절에 어딘가를 가기 위해 고생한 적이 없는데, 이제는 경상도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명절마다 예매시작일이 언젠지 잘 알아보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수강신청하듯 표를 구한다. 엄마의 잔소리는 여전하다. 결혼에서 임신으로 종목이 바뀌었을 뿐.
결혼하기 전에 뭘 가장 두려워했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난다. 결혼 초에는 시댁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지긴 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인사드리러 갔을 때, 조상님 묘를 다녀오고 나서 속이 안 좋아 토했던 시절도 있었다. 최근 명절에서는 전을 부치다 자꾸 졸아서 아버님이 잠깐 눈부치고 오라고 하셨는데, 내리 2시간을 자기도 했다. 남편은 너무 편해지진 말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요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
> 덧붙임 : 이날 글담 파트너였던 보라 님이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앞두고 있던 상태여서 이를 키워드로 골랐는데, 막상 쓰려고보니 내가 결혼할 때 두려워했던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쓸 게 없어져서 횡설수설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명절 노동을 참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최근 설에는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 남편을 괴롭혔다. 화가 났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어 슬펐다.
- 토요일에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주말을 충만하게 보낸 느낌이 든다. 주말까지 회사 일에 시달렸는데, 이 공간에 와서 책을 구경하고 글을 쓰니 평안을 되찾은 느낌이다.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 지금까지는 글쓰는 걸 거창하게 생각했다. 매일 일기라도 써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의무처럼 느껴져 부담되었다. 오늘 15분씩 두 번 쓴 게 지난 1년동안 쓴 글보다 더 많은 듯하다. 일단 써보고, 고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누군가와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100% 솔직한 글을 쓰기 힘들었던 것은 아쉽다.
> 추천 대상 : 취미를 잃어버린 사람.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안쓰는 사람. 글쓰기를 통한 치유를 느끼고 싶은 사람.
- 한 달이나 지나 후기를 올리려고 하니 쓸 말이 없다.
-> 리지와 글담 신청 : 구글 서베이 / 카카오톡 상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