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포 매거진의 찐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리서치 과정을 주로 다룬 파트1에 이어, 포포포 독자들의 특징에 주목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사람이나 브랜드나, 처음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가 있다. 필요해서 적극적으로 찾다가 발견할 수도 있고, 스치듯 보다가도 ‘심쿵’ 하는 느낌으로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 포포포와 독자가 처음 인연을 맺는 계기는 지인 소개, 인스타그램 팔로우, 독립출판 페어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심쿵’하면서 포포포를 알게 되고 시간이 지나며 포며드는깊게 빠져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심쿵’ 포인트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합니다"라는 포포포의 브랜드 슬로건과 가치 그 자체였다.
“내 성장을 멈추고 자식 키우기에만 몰두하면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내 성장을 포기해야 한다면 살아있는 의미가 있나? 싶어요.” - R2 이무궁 님
“저는 아직 20대고 결혼도 출산도 경험이 없지만, 엄마 세대가 겪었던 고충의 근본적 원인이 달라진 건 아니라고 느껴요.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커리어를 중단하는 엄마들이 많으니까요. 이런 주제를 다루는 매거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어떤 용기를 줘요.” - R3_최튤립 님
나이가 적든 많든, 현재 본인의 커리어에 만족하든 아니든, 포포포에 가치를 느끼는 독자들은 엄마의 잠재력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움직이고 엄마의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발굴되어야 한다는 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응원하는 치어리더였다. 포포포 치어리더들은 엄마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아이가 아닌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길 바란다.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았을 때 ‘전업주부’라는 키워드에 자신을 끼워넣지만, 아이가 기관에 있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는 엄마들이 동료를 만나길 꿈꾼다.
‘엄마의 잠재력’이라는 가치를 시작으로 포포포와 인연을 맺은 뒤, 누군가는 가볍게 인스타그램 팔로우나 온라인 뉴스레터 구독에만 머무른다. 또 누군가는 종이 잡지를 구매하고, 포포포의 모임에 참여하고, 원고를 투고하는 등 찐독자의 길로 들어선다. 포포포 치어리더와 찐독자를 구분하는 특징은 무엇일까. 어렵게 리크루팅한 두 분의 종이 잡지 구매자를 인터뷰하면서 ‘글쓰기’가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예감했고, 뒤에 이어진 분들의 인터뷰에서도 글쓰기에 진심인 면모를 공통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거나, 포포포의 독자 기고란인 Be our guest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기도 했다.
포포포의 핵심 매체가 ‘종이잡지’인 것을 생각하면,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에도 여전히 집중해서 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쓰기에도 진심인 예비 작가라는 점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독립출판 북페어에서, 참여한 작가들이 서로의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찐독자들에게 글쓰기는 재미와 취미의 영역을 넘어 잘하고 싶은 영역에 속한 일이다. 힘든 순간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일기를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쓰기를 지향한다.
“예전에는 나의 감정을 해소하는 글쓰기를 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감정을 해소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 R7 강달래 님
포포포는 글쓰는 엄마들이 실력을 키워서 자신의 글을 싣고 싶은 우아한 무대인 동시에, 엄마의 이야기 자체로 환대받을 수 있는 포근한 무대이기도 하다. 유명하지도 않고,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내지도 않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자신의 일과 육아를 해나가는 사람이 쓴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환영받고, 공감과 위안을 전하는 곳이다. 포포포 독자들은 각자의 장소와 시간대에서 글을 쓰고, 글을 읽으면서 비동시적인 연대를 이어 나간다.
“예전에는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많이 없어졌어요. 제 글에 더 자신감이 생기면 포포포의 Be our guest 코너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 R6_이민트 님
“나도 여기다 글을 쓰면 실릴 것 같은, 내 얘기 같은 글을 볼 수 있어서 재밌어요.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시시한 사람의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 R5_황로즈 님
찐독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진심이라는 공통점도 보였지만, 포포포에 기대하는 점이나 현재 처한 상황에서 차이점도 느껴졌다. 크게 두 유형의 그룹이 보였는데, 유형을 나누는 주요 특징은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였다. 두 유형에 각각 Re-bloomer와 Bloom-supporter라고 이름 붙이고 특징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Re-bloomer 유형은 명확하게 자신의 일을 갖고 있지 못하거나 현재의 일에 만족하지 못해 이직이나 전직을 알아보는 상황에 있다. 아이가 어리고 엄마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커리어 발달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제한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업주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일 수 있지만, 내적으로 자신의 성장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은 적이 없고 이로 인해 답답하거나 막막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아이의 육아를 계기로 만나게 된 엄마인 친구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외로워지기도 한다. 포포포는 이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동료같은 엄마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종이잡지나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자극과 영감을 받고, 포포포의 모임이나 행사를 통해 다른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
Bloom-supporter 유형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현재의 업에서 꽤 탄탄한 경력을 갖춘 상태이다. 업무 경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조직에서 나와 자신의 브랜드를 새로 시작하기도 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춘 나이가 되면서, 자신의 일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시기를 다시 맞이한 상태다. 여전히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꾸준히 읽고 쓴다. 포포포를 읽으면서 자신이 지나온 힘든 시기를 현재진행형으로 지나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고 돕고 싶다는 마음을 지닌다. 엄마로 살면서 일하기에 여전히 힘든 사회이기에 어린 여성들이 가지는 두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육아 경험을 통한 개인적 성장과 기쁨, 행복 역시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한다. 포포포의 모임이나 행사에서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조용하고도 끈질기게 포포포 종이잡지를 구매하고 응원한다.
두 유형을 차이점에 주목해 정리해보긴 했지만, 포포포 독자들에게는 대부분 두 유형의 특성이 조금씩 섞여 있어 보인다.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더 성장하고 싶은 Re-bloomer의 특성과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싶은 Bloom-supporter의 특성은 한 사람 안에서도 공존하면서 시기와 맥락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발현될 수 있다.
2편_끝.
- 마지막으로 이어질 3편에서는 독자들이 포포포에서 읽고 싶은 콘텐츠의 특징을 분석한 내용과 그동안 리서치를 하면서 느꼈던 점을 에필로그로 담아보려 합니다.
- 다음 글은 포포포 뉴스레터 Pausing by popopo에서 먼저 발행될 예정입니다.
/글. 김명선
myungsun.kim0330@gmail.com